직장에서는 상사가 직원들의 정신교육을 시키면서 빼놓지 않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직장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있으나 마나 하는 사람이다' '있으면 오히려 해가 되는 사람이다' "당신은 자기 스스로의 위치가 위 사항 중 어디에 해당 된다고 생각 하는 가?" 설령 이러한 방식으로 직장의 분위기가 일신되고 직원의 자질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다시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사람만 쓸모가 있다는 이분법적 사고에는 문제가 있다 철학이 인간과 자연세계에 대한 근본원리와 삶의 본질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한다면 인간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학문임에 틀림없고 이와 같은 필요에 의하여 동 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상가들이 연구 발전시킨 학문이다 그 중 동양철학을 말하자면 '나비의 꿈(胡蝶之夢)'으로 유명한 장자(莊子)를 빼놓을 수 없는데, 도(道)를 천지만물의 근본원리로 보고 인간의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모든 것의 옳고 그름, 선한 것과 악한 것, 가난한 것과 부유한 것 등을 구분 짓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 깨닫고 '만물은 결국 하나의 세계로 귀결 된다(物我一體)'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제창 하였다 세상만물이 모두 도(道)를 갖고 있어 자연에 깃들어 사는 만물은 결국 평등한 존재이며 이러한 절대평등 속에서 만물 각자가 갖고 있는 도(道)는 결론적으로 모두가 쓸모 있는 것이 된다는 사상이다 동시대에 장자와 사상적으로 다툼이 많았지만 지혜가 넘치는 학자로 존경받던 혜자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장자의 게으르고 느긋하면서 백수건달 같은 행태와 어쩌면 무위도식을 일삼는 것 같은 사상이 못 마땅하여 따끔하게 충고를 해 주려고 어느 날 장자의 집을 방문하였다 혜자; "당신이 허구헌날 일도 안하고 놀기만 하니 나라에 빚 을 지고 사는 게 아니요" 장자; "원래 열심히 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노는 사람도 있는 것이 자연의 법도 아니겠소" 혜자; "당신의 말이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소 마치 쓸모없는 땅처럼!" 장자; "쓸모없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지요. 당신이 서 있는 그 땅은 쓸모가 있소?" 혜자; "당연히 나를 받쳐주니 쓸모가 있지" 장자; "그럼 주변의 땅은 쓸모가 없다는 말씀이신데 만약 주 변의 땅을 전부 파 버리면 어떻게 되겠소?" 혜자; "아까는 내가 서 있었으니 다른 땅은 필요 없었지만 이 제 길을 가려면 그 땅이 필요 해 지는 것이 아니요?" 장자; "모든 이치가 이와 같소이다 당장은 필요 없더라도 언 젠가는 필요 해 지는 것이지요. 내가 지금은 백수지만훗날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줄 누가 알겠소?" 물론 현실세계에 꼭 맞는다고 할 수없는 장자의 사상만 믿고 남이 어찌 생각하던 '나도 언젠가는 크게 될 거야.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일 뿐이지'하면서 노력하지도 않는데 저절로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천태만상의 가치관이 혼돈스러운 세상을 살려면 자유도, 평등도, 무위자연(物爲自然)도, 물아일체(物我一體)도 다 좋지만 자아의 실현과 자기계발을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착실히 전진하여 사회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전 고창전화국장 토장 유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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