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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속 조선사
거지와 어사를 분별하는 일곱 살 가련과 이광덕Ⅰ
손을주 기자 / 입력 : 2010년 02월 22일(월) 15:25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관양(冠陽) 이광덕(李匡德)은 문과에 급제해 벼슬이 참판(參判)에 이르고 대제학(大提學)을 지냈다.
 이광덕이 함경도에 어사로 나갔을 때의 일이다. 어사의 신분을 숨기고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각 고을 구령의 잘잘못과 각 지방 풍속의 순함과 그렇지 못함, 그리고 백성들의 생활 형편 등을 두루 탐지하고, 마침내 해질녘에 하인과 함께 함흥 땅에 이르러 어사의 신분을 드러내려고 하는 터에 성내의 주민들이 분주히 오가며 부르짖었다.
 “수의사또(繡衣使道)가 장차 당도하게 되었다.”
 이광덕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열읍(列邑)을 두루 다녔으되 아는 자가 없었는데, 지금 이처럼 소문이 파다하니 필시 종자(從者)가 입단속을 철저히 못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이에 성 밖으로 도로 나와 종자에게 따져 물었으나 그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수일이 지난 뒤에 다시 성내에 들어가서 비로소 출또하여 공무를 판결하고 난 뒤 군의 아전에게 물었다.
 “너희는 내가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아전이 말했다.
 “온 성안에 소문이 자자하여 말의 출처를 모르겠습니다.”
 이광덕이 그 말의 출처를 밝히도록 명하자 아전이 자세히 탐문하고 다녔다. 그리고 곧 일곱 살 먹은 어린 기생 가련(可憐)의 입에서 맨 먼저 나온 이야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전이 들어가 이를 보고하니 이광덕은 가련을 불러 앞에 가까이 오게 하고 물었다.
 “포대에 사인 어린아이가 어떻게 내가 오는 것을 알았느냐?”
가련이 말했다.
 “소녀의 집이 거리 머리에 있습니다. 전일 창문을 열고 엿보니 거지 두 사람이 길가에 나란히 앉았는데, 한 사람은 옷과 신이 해어지기는 하였으나 두 손이 매우 희고 고왔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얼고 굶주린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살결이 윤택하고 희단 말인가’하고 의아하게 여기던 터에, 그 사람이 옷을 벗어 이를 잡다가 곧 도로 입으려 할 때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옷을 추슬러 입히고 예를 지킴이 매우 공손하여 신분의 존비(尊卑)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문에 수의사또임을 알고 집안사람에게 이를 알렸는데, 잠시 사이에 이런 사실이 전해져서 온 성안이 어지러워졌습니다.”
 이광덕이 그의 영특함을 매우 기이하게 여겨 사랑을 지극히 하고 돌아올 적에 시 한수를 지어주었다. 가련도 이광덕의 문장에 감복하여 그 시를 몸에 간직하고 자기 일신을 의탁하려는 뜻을 두었다. 시집갈 나이가 되자 한결같이 절개를 지키며 맹세코 다른 사람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이광덕은 이미 가련을 잊어버렸다.

손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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