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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속 조선사
거지와 어사를 분별하는 일곱 살 가련과 이광덕Ⅱ
손을주 기자 / 입력 : 2010년 03월 04일(목) 11:02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그 뒤에 이광덕이 어떤 사건으로 벌을 받아 관북 지방에 유배되어 함흥에 우거했는데, 가련이 와서 뵙고 아침저녁으로 공손히 모시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이광덕도 그 성의에 깊이 감동했다. 그러나 자신이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처리에 여색을 가까이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므로 가련과 같이 생활한 지 4~5년이 되어도 어지러운 지경에 이른 적이 없었다. 기생도 그의 인격에 마음으로 감복해 이광덕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도록 권유했지만 한사코 듣지 않았다. 가련은 또한 제갈공명의 출사표를 즐겨 외워서 달이 밝은 밤이면 이광덕을 위해 낭송했고 한번 외면 맑은 소리가 미치 학의 울음과도 같았다. 이광덕은 그 출사표 외는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이어서 절구시 한 수를 읊었다.
 함경도의 여자 협객 흰머리 가득한데
 나를 위해 전후 출사표 낭랑하게 외누나
 낭송 소리 삼고초려 그 대목에 이르면
 축출된신 맑은 눈물 마냥 줄줄 흐르네
 하루는 이광덕이 석방되어 돌아올 적에 비로소 정을 통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광덕은 그녀에게 타일렀다.
 “내가 갈 길은 정해진 날짜가 있으니 비록 너와 같이 가고 싶으나 죄를 사면받아 놀아가는 사람이 수레에 기생을 싣고 가는 것은 하지 못할 바이다. 집에 돌아간 뒤에 반드시 불러들일 것이니, 한스럽게 여기지 말고 조금 기다려라.”
 가련은 기쁨이 눈썹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광덕은 돌아간 지 몇 달이 못 되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련은 부음을 듣고 통곡한 뒤 자결하여 죽으니, 집안사람들이 길옆에 장사 지냈다. 뒤에 영성군 박문수가 함경도 감찰사로 나가 그녀의 무덤 있는 길을 지나다가 그 얘기를 듣고는 비석을 세우고 다음과 같이 썼다.
 함관여협가련비지

손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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