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2일은 천주교의 최여겸(마티아) 순교지 성지 순례가 있는 날이다. 최여겸은 조선후기 천주교 신유박해(1801년) 때 무장에서 순교한 천주교 신자로 여겸은 자(字)라고 한다. 고창지역에 천주교가 전래된 것은 최여겸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순교자 124위와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대상자로 교황청에 청원되어 있는 상태라고 하니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호에서는 최여겸이란 인물과 순교지인 개갑장터, 그리고 고창 안팎의 신도들이 찾게 될 도보 성지순례에 관한 이야기를 미리 담아본다.
■ 최여겸(마티아) 순교지 도보 성지순례 오는 5월 2일 공음면 석교리 190번지 일대 (구)개갑장터에서 순교한 최여겸(마티아)의 거룩한 삶과 고귀한 순교정신의 계승발전을 위한 ‘함께하는 도보 성지 순례’가 열린다.
이날 성지순례에는 전주 교구청 및 각 지구 신자, 성지순례에 뜻이 있는 군민·외지 신자들이 참여하며, 이병호 주교(전주교장)도 최여겸 마티아 순교지까지 도보 성지순례에 참가해 순교지에서 직접 미사를 집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성지순례는 고창성당에서 순교지(공음면 구 개갑장터)까지 24㎞로, 고창성당→공음 순교지, 무장관아와 읍성→ 공음 순교지, 공음면사무소→공음 순교지까지 3개 코스로 진행된다.
고창성당에서 공음 순교지까지 걷는 1코스는 당일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며, 시간은 7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무장읍성에서 순교지로 향하는 2코스는 12시 40분에 출발하며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걸음이 불편한 순례자들을 위한 3코스는 공음초에서 순교지까지 약 30분 정도의 거리로 2시 40분에 출발한다. 각 코스들은 무장읍성과 공음사거리에서 만나게 돼 순교지에는 오후 3시 정도에 모두 함께 도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이날 도보 성지순례 후에는 오후 3시 30분부터 주일 미사가 한 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 개갑장터 순례자들의 도착지점인 개갑장터는 신유박해(1801년) 때 최여겸(마티아)이 참수형을 받아 신앙을 증거한 순교지다. 당시는 무장현 동음치면의 개갑장터였으며, 전국적으로 알려진 우(牛)시장이 있을 정도로 큰 시장이 섰던 곳이다. 개갑장터는 2004년 6월 ‘고창향토문화유산 1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가톨릭의 성지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성지순례는 순례자가 종교적 의무를 지키거나 신의 가호와 은총을 구하기 위해, 성지 또는 본산 소재지를 차례로 찾아가 참배하는 일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매년 성지순례에 참여하고, 성당 차원에서도 공식적으로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갑장터의 성지조성은 의미가 크다. 본인들의 교구지역에 성지가 있다는 것은 종교인들로서는 심신의 고양과 자긍심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지역 주민들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종교문화의 공간으로 자리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도로가에 덜렁 순교지임을 밝히는 안내표지판만 보이는 개갑장터지만 문화·전통·역사의 다양한 가치를 지닌 성지가 조성되어 순례자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순교자 최여겸 고창지역에 천주교를 전래한 사람은 이 지역 최초의 순교자인 최여겸이라고 한다. 최여겸은 무장현 동음치면(현 공음면)에서 1763년에 태어났다. 그는 1788년 25세 때 ‘전라도의 사도’라고 불리는 유항검을 찾아가 교리를 배운 후 세례를 받았다. 이후 당시 명성이 있던 전라도 진산고을의 윤지충을, 충남 한산으로 장가가서는 이존창을 만나 교리를 배웠다. 처가살이를 마치고 고향 무장에 돌아온 최여겸은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복음을 전하는데도 열성을 다해 많은 사람들을 입교시켰다.
1801년 정월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처가가 있는 한산으로 피신하였으나 발각되어 4월에 체포되었다. 한산에서 심한 고문을 당한 후 무장으로 옮겨졌으며, 다시 전주감영으로, 다시 서울형조로 압송되어 심한 문초와 형벌을 받았으나 그는 “십계명을 버릴 수 없고 죽음을 택하겠다”고 하며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가 그해 음력 7월 13일 해읍정법(該邑正法:고향에서 법을 집행함)의 명을 받아, 무장으로 이송되어 개갑장터에서 7월 19일 참수형을 받아 38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기록에 의하면 최여겸이 입교시킨 신자는 28명으로, 알려진 신자로 무장의 최수천, 최일한, 흥덕의 김처당, 영광의 이화백, 함평의 남중만 등이 있다. 최여겸은 ‘순교자 124위와 최양업 신부(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 시복시성(諡福諡聖: 천주교에서 성덕이 높은 사람이 사망한 뒤 공적인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복자(福者)나 성인으로 추대하는 것)’ 대상자로 교황청에 청원되어 있는 상태다.
*최여겸의 가계와 활동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다. 이에 (사)고창문화연구회는 최여겸 순교 21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27일 ‘천주교 순교지 개갑장터와 순교자 최여겸’을 주제로 학술 발표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리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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