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행정과 농협, 가공업체, 생산자단체 등이 참여해 복분자 가격을 결정했지만, 지난해 복분자 판매감소와 재고량을 반영하지 않은 행정의 가격결정으로 지역농협들과 가공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분자수매가 일부농협에서 부분수매(할당제)로 시행될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복분자작목반의 H씨는 “표를 의식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행정과 농협은 더 식재하라고 했고, 올해는 식재지원까지 했다”며 “상황이 이러면 차라리 못 심게 해야지, 심으라고 하고 수매도 안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분개했다. 또, “농협관계자와 이야기를 했지만, 농협도 대책이 없다고 한다. 수매 관련해서 농가들에게 공문을 발송하려고 했지만, 선거철 눈치를 보는 것인지 선거 이후로 미뤘다고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농협에 수매보조금을 지원하던지 농민들에게 밭농사직불금 등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분자 가격에 대해 A 농협 관계자는 “행정에서는 3월말부터 6500원(상품)과 5900원(중품)으로 가격이 결정났다고 농가들에게 말하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가격이라 농협입장에서 조정은 부담스러워 조합장 회의를 미루고 있다. 가격 결정은 조합장의 고유 권한으로 시장성을 충분히 고려해 정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선거 후 조합장 회의를 거쳐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높은 가격이 거론되자, 회의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가공업체도 있다. 행정에서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을 결정하고 수요에 대한 부담을 농협에 넘기는 상황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가공공장이 농협에서 복분자를 얼마나 수매했고, 재고가 얼마나 쌓였는지 업체들의 현황을 충분히 파악한 후, 올해 소비량과 수매량을 고려한 가격결정이 필요하다”며 행정의 밀어붙이기식 가격결정의 문제점를 지적했다.
농협들이 제시된 가격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작년 재고는 많이 남아 있고, 판로는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B 농협 관계자는 “가공공장을 통해 판로를 만들고 복분자를 재배하도록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미리 판로를 만들었고, 2007년부터 3년간 가격을 동결해, 2008년까지는 생과판매 등에서 이익이 났다”고 밝혔다.
이어 “2009년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고, 재고가 많이 남아 올해 수매를 위한 창고가 부족하다. 작년 6300원에 수매한 복분자를 5450원으로 손해를 보고 넘겼다. 창고를 비워야 올해 수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농협의 어려운 상황을 전달했다. 이어, “복분자의 생산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창산복분자’가 아닌 ‘가격이 싼 복분자’를 찾는다.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2008년 이전과 달리, 재고까지 남은 상황에서 타지역보다 1000원 이상 비싸 더욱 팔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C농협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후 복분자를 20%만 수매할 계획이라는 공문을 조합원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농협의 어려운 상황과 나머지 80%는 농가 자체 판매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내용이다”며 “현재 6300원에 수매한 복분자가 많이 남아있고 4500원에도 팔기가 힘든 상황이다. kg당 1000원씩만 손실을 잡아도, 큰 손해다. 최근의 쌀 수매손실까지 더해지면 농협법에 따른 합병권고 체제로 갈 수도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농협관계자들은 “수매가격은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기 힘든만큼 가격을 내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가격유지를 위해 행정의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가공업체에는 2007년 kg당 500원을, 2008년에는 200원을, 2009년에는 100원 가량을 지원했지만, 농협에는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공업체 뿐 아니라 농가와 농협에도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행정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군청 관계자는 “공급예상량과 수요를 감안해서 결정된 사항이고, 농협과 업체, 생산단체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보관 문제는 가공업체에 저장창고가 없어 농협에서 보관하기로 했었다”고 밝히고 “복분자 가격은 작년에는 농협에 40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240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가격결정과 저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농민·농협·가공업체의 입장과 크게 달라 선거 이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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