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할 전북 대표를 뽑는 2010 전북민속예술축제 청소년에서 성송초등학교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19일(토), 전북예총 주관으로 익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예술축제 청소년부에는 5개 팀이 참가했는데, 성송초 외에는 모두 중·고생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중·고생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성송초 농악부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을까.
인터뷰 - 김민주 교장
아이들은 찰흙, 지도교사는 도공 정성·열정·노력 있어야 고유빛깔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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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송 초등학교 김 민 주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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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송초등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이 전북민속예술축제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김민주 교장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과후수업을 5교시에 배치하는 것만 하더라도 교장의 지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 교장은 “아이들 건강 증진을 위해서 하라고 하는 거지. 대회결과는 부수적인 거다”며 “애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만 하다 보니 교실에서만 산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방학이면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면서 체력이 생겼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이 하루 농악 한 시간이면 운동량이 상당하다. 아이들이 지금이야 힘들다고 하지만, 어른이 됐을 때 우리가 이런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때 그렇게 뛰었기 때문이다고 느낄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 교장은 “아이들은 찰흙이다. 지도교사는 도공이다. 지도교사가 어떤 모습으로 빚느냐에 따라서 모양은 달라진다. 도공의 정성과 열정, 노력에 따라 고유한 빛깔이 나오듯 오랜 시간이 흘러야 그 효과가 있다”며 “하루아침에 결과를 끌어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초등학교의 교육은 먼 미래를 보고 이루어져야한다”고 교육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교육철학이 담당교사들에게 최대한의 재량권을 부여하는 이유다. “다양성을 좋은 쪽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며 “내가 한 것은 선생님들에게 자율권을 주는 것이고, 아이들과 교사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다”고 성과를 학교의 모든 이들에게 돌린다. 이런 분위기가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들이 신나는 학교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전북민속예술축제 청소년부 최우수상 소식을 듣고 찾아간 성송초등학교에는 꽹과리 소리와 장구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상록수들이 길 안내를 하듯 이어진 ‘산책로’ 같은 길을 따라 그 소리가 있는 곳, 체육관에 이른다.
연습이 한창인 학생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한바탕 풍물놀이라 지칠 듯도 한데, 귀찮은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연습이 끝난 뒤에도 지겨운 연습이 끝났다, 하는 행복감이 아니라 재미난 놀이라도 끝난 듯 재잘재잘 해맑은 모습이다.
학생들이 연습하고 있는 시간은 5교시 수업시간이다. 방과후는, 학과 수업이 끝난 시간에 진행되게 마련이지만, 학과 수업을 뒤로 미루고 방과후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5교시는 밥 먹고 조금 뛰놀고 나서 의자에 앉으면 잠이 쏟아지는 시간이다. 그 시간 수업대신 다시 한바탕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은 김민주 교장의 배려와 여러 교사들의 호응 덕분이다. 무엇보다 성송초 전학생이 농악단의 단원이고, 모두가 듣는 방과후수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성송초등학교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향토문화 예술교육활동이 학교 특색사업으로 추진돼, 고창문화예술교육단과 고창농악전수관 이광휴 강사의 지도하에 주5회의 풍물수업이 방과후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농악 터다지기 교육으로 갈고 닦은 실력은 여러 차례 증명됐다. 고창군 한상신 선생님 추모예술제 6년 연속 풍물부분 금상 수상, 고창군 농악경연대회 학생부 대상 4회 수상, 2008년 전라북도 민속예술축제 청소년부 3위 입상 등의 결과를 보여주었고, 이번 2010 전북민속예술축제에서 청소년부 최우수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예술축제에 전교생 40명이 모두 참여한 성송초등학교는, 탄성을 자아내는 정확한 어울림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특히 어른들도 쉽게 해내지 못하는 농악 몸짓과 가락을 작은 몸집으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 심사위원들과 관중들은 아이들을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절로 흥이 나는 무대였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성송초 농악수업을 맡고 있는 고창농악전수관 이광휴 강사는 “성송초는 학년별로 역할이 있다. 6학년은 졸업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려고 하고, 전학생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의무감도 작용하는 것 같다. 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하다 보니 직접 다루지는 않더라도 소리에 익숙해 금방 적응한다”며 그 밑거름을 설명한다. 또, “성송초는 농악전수관에서도 자랑하고 싶은 학교다. 아이들의 무대는 기교로는 중고생들에 비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 어울리는 모습만큼은 으뜸이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서로의 역할들을 해 나가며 일정수준에 올라 있어 지속적인 수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꾸준히 연마한 실력이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하다. 대회에 참여한 다른 학교들이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은 중·고생팀이었기 때문이다. 김은선(6학년·수장구) 학생은“4학년 때부터 장구를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이끄는 입장에서 다들 잘 따라주니까 힘들지 않고 재미있어요”라는 말을 통해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가르치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맏언니뿐 아니라 장구를 담당하는 송주희(3학년) 학생은 “재밌지만 뛰어다니면서 하다 보면 힘들기도 해요”라고 말하면서도 언니들을 따라다니는 표정은 즐거워보였다.
뿐만 아니라 김진권(6학년·부쇠) 학생은 “다리가 아픈데 달려야 할 때는 힘들지만, 어울릴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고, 형들의 뒤를 따라다니는 최동원(1학년·잡색) 학생은 꽹과리를 따라다니는 ‘비리쇠’ 역할로 땀을 흘리면서도 “다 재미있어요. 땀은 나지만 힘들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김대윤(5학년·상쇠) 학생 역시도 “상고를 메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요. 머리에 자국이 생길 정도에요”라면서도 “북, 징, 장구랑 같이 어울릴 때가 가장 좋아요. 줄을 못 맞춰 혼났던 적도 있지만요”라고 말한다. 모두들 하나로 어우러지는 맛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조규린(5학년·장구), 이주연(5학년·장구), 정규진(6학년·꽹과리) 등 대부분 이번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2008년 대회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줄이 잘 안 맞아,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었거든요”라며 부족했던 점도 잊지 않고 챙긴다.
성송초 어린이들의 가장 큰 힘은 오랫동안 이어온 전통이나, 재능이 아니라 가족같이 서로를 아끼고 챙기며, 함께 어울리는 것에 있지 않을까.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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