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박용하의 석연치 않은 자살사건 후, 박용하의 죽음을 자주 이야기하던 김해 주부 아무개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가수그룹의 멤버 한 사람이 한강에 투신했으며 드라마 제작자가 자살하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자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닌 가 염려하면서 자살이 어느덧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빗 필립스’가 이름붙인 ‘베르테르 효과’는 동조자살, 모방자살 이라고도 하는데 독일의 거장 괴테가 쓴 서한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다.
‘베르테르’는 ‘로테’라는 여성을 열열이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음을 알고 실의와 고독에 빠져 권총자살을 한다는 줄거리의 이 소설은, 당시 ‘베르테르’의 고민에 공감한 젊은이들이 동조자살을 많이 했던 데서 보이는 것처럼, 자신이 평소 동경하는 인물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더욱 비관하여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있음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정신심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산업화와 공업화로 이룬 고도성장 끝에 필연으로 찾아오는 경제 불황속의 상대적 빈곤과 극심한 취업난이 가져다 준 좌절 및 압박감의 결과라 고도 하고, 우리사회를 지탱시켜줬던 가정문화의 붕괴 내지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자괴에다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목표지향의 삭막한 인간관계가 우울증 등 정신 병리적 결과를 낳았으며, 그와 같은 제 사유들이 자살의 여건을 충족시키는 배경이라 진단한다.
결국 오일쇼크 IMF 등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자신을 괴롭히는 유·무형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의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하겠다.
종교계에서는 신이 주신 생명을 소홀이 함으로서 신을 향한 의무를 다 하지 못한, 신을 모독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자살을 죄악시하고 금기시한다.
그러나 그 자체가 죄악이라서가 아니라 현실도피의 비겁함을, 그리고 본인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하는 어리석음을 탓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고통의 바다”라고 하듯이 죽어야 할 이유도 많고 고통의 종류도 다양하며, 살아가는 것이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만큼 괴로워도 자살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고통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지 특정인에게만 오는 것이 아닌 바에야 유독 혼자서 극단을 향할 이유가 없는 것이며, 혼백이 원한을 품고 구천을 떠도는 유혼(流魂)이 될 수도 있고, 생전의 업보(業報)에 따라 18층 지옥에 갈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자살이 성행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결핍되어 있는데 있고 물질을 향한 욕심이 지나친데서 찾을 수 있다. 죽음은 인생살이의 한 과정일 뿐이며, 삶은 그것만으로도 소중한 것임을 깨달아야하고 물질적 집착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이 충분히 넉넉하며 행복하다고 믿을 때, 비로소 죽는 날까지 평안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사고야말로 충동적 자살과 ‘베르테르 효과’를 방지하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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