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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가 목계 강혼과 은대선Ⅰ
손을주 기자 / 입력 : 2010년 07월 25일(일) 15:51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은대선은 성주의 명기였다. 그녀의 이름은 글 잘하는 목계 강혼과 친했기 때문에 더욱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강혼은 종종 초년에 고향 진주로 내려갔다가 한양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한양을 오르는 길에 경남의 각 고을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서서히 올라왔다. 성주 고을을 들러 성주 군수와 이야기하고 저녁이면 관기의 대접을 받았다.

 이날 강혼은 성주의 명기 은대선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은대선도 이미 강혼의 소식을 들은지라 그에 대해 극진히 대접하며 떨어지기를 싫어했다.

 “대감, 이제 가시면 언제 다시 오시나요?”
 “언제 올지 기약이 없구나.”
 “섭섭하신 말씀이옵니다. 고향 진주로 왕래하시지 않습니까?”
 “고향에도 내려올 기약이 없다.”

 강혼은 크게 한숨까지 쉬었다. 당시 강혼은 글 잘하기로 유명했다. 영남학파의 한 사람으로 김종직의 문인이며, 문명은 김일손 다음간다는 평을 들었고, 사실 향렴체의 문장은 당대 제일이었다. 그런 그도 연산군 때 무오년에 무오사화에 걸려들어 쫓겨났다. 이때 나이 35세였다. 좋은 나이에 이대로 사라져가기는 싫었다.

 그의 부인은 탄식했다.
 “여보, 당신의 글재주가 아깝구려.”
 “아깝지만 별수 없지 않소. 동료들이 쫓겨나 죽고 귀양 가고 하는데, 나 홀로 무슨 수가 있겠소.
 그러나 부인은 굴하지 않고 재기할 생각을 가졌다.

 부인은 반드시 남편을 도와 글로써 다시 세상에 나오도록 할 생각이었다. 강혼은 우선 어명대로 귀양을 떠났다. 부인은 궁중으로 드나들며 남편을 위해 세력가의 줄을 찾아다니며 남편이 쉬이 귀양에서 풀려나도록 활동했다. 과연 부인의 운동으로 강혼은 다시 조정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당시의 왕이었던 연산군의 충신이 되었다. 그는 말이 아닌 글로써 왕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일례로 연산군이 사랑하던 애인이 죽자, 여기에 대한 추모문을 잘 써서 더욱 왕의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후일 문제가 되었다.

 “강혼은 연산군의 황음을 도와준 학자이다.”
 “강혼은 연산군을 위하여 궁궐의 좋은 이름을 지어주었다, 문장이 비록 잘되었다 하지만 그런 글은 좋은 것이 못된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 지탄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후에 중종을 내세웠다 하여 정국공신이 되었고 진천군의 봉군까지 받았다. 그러나 학자들의 세계에서는 용납되지 않아 고민하기도 했다. 가장 큰 혜택을 준 연산군을 내쫓고, 새로이 중종을 세우는 데 또 공이 있다 하니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모순적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로 중종 초년에 영남지방으로 왕래했다. 은대선을 만나니 전날 연산군 때의 호화스러웠던 궁중 생활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이제 은대선과 이별해야 한다. 기약 없이 가는 길이 더욱 쓸쓸했다. 은대선은 강혼의 심정을 간파하고 따라나섰다.

 “대감, 천첩도 대감을 배웅하리다.”
 “그만두어라.”

 그래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말을 타고 한양 쪽으로 향했다. 성주를 지나 개녕현으로 들어섰다. 먼저 도착한 곳이 부상역이었다. 아직도 개녕읍까지는 30리나 남아 있었다. 읍까지 가려면 밤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은 더 가지 못하고 부상 역관으로 들어갔다.

 “은대선아, 이제는 여기서 작별해야겠구나.”
  부상 역관의 현판을 바라보며 강혼이 이야기했다.
 “소녀도 성주까지 되돌아가기가 멀으오이다. 잠시 이곳에서 쉬어 가고자 합니다.”
 “일이 공교롭구나. 나는 벌써 짐을 개녕읍으로 보냈다. 그 속에 침구가 있는데, 여기서 어찌 쉬겠느냐?”
 “이곳에서 대감과 밤새도록 이야기하며 지내는 것이 더욱 운치 있겠나이다.”
 “운치도 좋다마는 추워서 자겠느냐?”
 “아무리 추워도 대감 품에 끼어 자면 따뜻하오이다.”

 사실 부상역은 침구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부상역은 대개 점심참을 하던 곳이다. 부상역은 난산이 높고 얕은 곳에 있어 봄이되면 눈 녹은 물이 그 앞을 흘러서 경치는 그런대로 흥을 돋울 만했다. 강혼은 경치에 도취되어 구경만 했다. 저녁이 되어 겨우 밥은 얻어먹었으나 역사에 침구도 없이 자야 했다. 역을 지키는 이속도 그가 누구인지 몰라 푸대접이었다.

손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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