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두워지자 촛불을 켰다. 이별할 생각을 하니 쓸쓸함이 금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은대선은 운치를 아는 기생으로서 강혼을 위로했다.
“대감, 이불이 없으면 두 사람의 정이 더욱 가까워집니다요.” “어째 그러냐?” “추우면 추울수록 꼭 껴안지 않습니까?” “은대선아, 너도 그러한 운치를 아느냐?” “알고 있습니다. 소녀도 글을 배웠습니다. 그래도 면무식은 되어요.”
밤이 깊어갈수록 춘한이 몸을 엄습했다.
“아이, 춥습니다.” “어서 내 품 안으로 들어오려무나.”
은대선은 속옷 바람으로 목계의 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목계는 싫지 않았다. 부드러운 여성의 피부는 비단결 같았다.
“살이 맞닿으니 따뜻하구나. 옛사람도 정은 불길 같다 하더니 정말이구나.” “대감은 궁중에서 아리따운 여인을 많이 보셨지요?” “내가 보는 줄 아느냐, 임금이 독차지하고 있지.” “그래도 혹시 차례가 오지 않습니까?” “왕의 욕심이 대단하여 아무나 건드리지 못한단다.”
이야기하며 지내는 밤은 이불이 없어도 진진한 취미가 있었다. 동천에 뜬 달은 으스름달이 되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동시에 꽃향기도 그윽하다. 옆에 있는 은대선의 몸에서 나는 냄새 또한 은은했다. 아침이 되었다. 일찍 눈이 떠졌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 했다. 이때야 역리가 나와서 인사했다.
“밤새 추우신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약주라도 가져올까요?” “술이 있으면 가져오너라.”
역의 이속도 그제야 알았는지 술상을 가져왔다. 안주도 넉넉히 준비해 가지고 왔다. 추운데 어한하라는 술이다. 한 잔 마시니 농주도 쓸 만하다. 옆에서 은대선이 부어 올리는 술이라 더욱 맛이 있다. 두 사람은 또다시 정담을 나눴다. 은대선은 가지고 온 피리까지 불며 흥을 돋웠다.
“과연 명기로구나. 시인의 비위를 맞추어주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강혼이 감탄하며 말했다. “부끄럽소이다. 대감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소녀는 만족하옵니다.” “그러면 이별의 시나 써주마.” “너무 황송하옵니다.”
글재주 있는 강혼은 종이를 꺼내놓고 일필휘지했다.
부상역의 하룻밤 즐거움이여 나그네 이불도 없이 촛불만 남았구나. 무산 열두 봉 운우의 낙을 헤매면 봄밤에도 추운 줄 모르겠구나.
강혼은 은대선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가는 듯했다. 멋진 시를 좋은 종이에 잘 써서 은대선에게 주었다.
“이것이 모두 나의 정을 표시한 글이다. 잘 간수했다가 내가 보고싶으면 펴보아라.” “영감, 이제는 아주 이별이오니까?” “아니다. 좀 더 같이 있자.”
두 사람은 다시 함께 상주로 갔다. 이제는 은대선도 더 갈 생각을 하지 않고 헤어졌다. 여기서 조령만 넘어서면 충청도 땅이다. 강혼은 은대선과 이별하고 조령을 넘어섰다. 자꾸 뒤를 돌아다볼수록 은대선의 자취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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