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하면 어떤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소비자가 아닌, 고추를 재배하는 생산자들은 탄저병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많이 걸리기도 하고 수확량을 좌우하는 불안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추는 자주 약을 해야 하는 농산물 중 하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된 무농약 고추 재배농가는 유기농재배 농가 55가구를 포함해 160여 가구 뿐이다. 전북에는 유기농 4가구와 무농약 19가구가 있다. 고창에도 무농약 고추를 재배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증농산물정보를 찾아보니 2곳의 무
약 고추 재배농가를 찾을 수가 있었다. 이중 인증번호 33-3-38로 고창 1호 무농약 재배를 등록한 김주채 씨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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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업인-김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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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덕면 송암리. 김주채 씨가 무농약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다. 김 씨는 옆 마을인 여곡친환경단지에서 2005년부터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여곡친환경단지에서 유기농·무농약 쌀농사를 시도할 때, 다른 작물도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지 고민했다.
그리고, 가능성을 보기 위해 쌀농사와 함께 고추도 무농약을 시도했다. 처음 시도할 때는 고추를 심지 않은 고랑에만 제초제를 사용하고, 두둑에는 고추와 풀이 함께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더니 10여일 간격으로 수확을 하는데 3번째까지는 탄저병이 발생하지 않았고, 4번째부터 탄저병이 발생했다.
다시, 하우스에서도 같은 시도를 해 보았는데, 하우스는 탄저병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충해만 걱정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여러 가지 시험을 거쳐 일반재배방식처럼 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하우스에서 재배를 하다 보니 풀이 많이 자라고, 무농약재배라서 제초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복분자처럼 고랑에는 부직포를 깔고, 고추가 심어진 두둑에는 고추대와 함께 풀들이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김 씨는 지난 2009년 9월 무농약 인증을 받아 현재는, 600평의 부지에 고추를 8월까지 재배하며 서너 차례 수확하고, 고들빼기로 이모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주채 씨는 고들빼기와 이모작을 하는 사람들은 고추를 빨리 심은 사람들은 4차례정도 수확을 하고 조금 늦는 경우 3차례 정도 수확을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하우스가 주변은 자갈을 뿌린 경운기 등이 다닐 길을 제외하고 풀들이 무성하고, 풀벌레들이 잔뜩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우스 앞까지 난 자갈길과 길옆으로 자라고 있는 멀구슬나무, 그리고 하우스에 보이는 가지치기된 복분자가 아니라면 ‘관리 안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김주채 씨는 하우스 주변의 풀들에 대해 “풀이 자라면 유충들도 많아진다”며 “처음부터 풀벌레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풀이 자라면서 해충을 잡아먹는 잠자리나 무당벌레 등도 자연스레 많아진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풀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하면, 기간이 지나면서 유충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생산량도 나아진다”고 말한다.
하우스 안을 들여다보니 두둑 사이에는 부직포를 깔아 통로에 풀이 자라는 것을 막았고, 부직포가 깔려있지 않은 두둑에는 고추 대 사이로 풀들이 자라있다. 이렇게 자라 있는 풀들은 수차례의 시험에 거쳐 적절한 풀을 남겨두는 노하우다.
김주채 씨는 “비가림 하우스에서 재배하면 탄저병이 없어 충해만 걱정하면 된다”고 한다. 충해에 대비하기 위해서 멀구슬나무 열매와 흑설탕을 이용해 15일에서 20일 정도를 숙성시켜 충해를 예방하는 약 대용으로 사용한다. 하우스 주변에 멀구슬나무를 심어둔 이유다.
김주채 씨는 무농약 재배를 권장한다. 일반 고추는 근당 5~6천 원 선이지만, 무농약은 근당 1만~1만 2천 원 정도로 근당 가격이 두 배다. 수확량은 2/3정도지만,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가격 뿐 아니라 생산비 절감의 효과도 크다. 고추의 경우 비가 오면 병해 예방을 위해 바로 약을 하는 게 관행농법이다. 비가 그치면 농약통을 들고 나서는게 고추농가의 일상이다. 하지만, 혼자서 약을 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많다. 관행농법이 인건비와 약재 등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김 씨는 친환경 재배가 더 편하고, 더 높은 소득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FTA 등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우리 것을 애용해 달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고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설명에 공감한다.
김주채 씨의 이런 노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농약과 유기농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마을사람들과 송암마을을 쌀 친환경 단지로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고추, 고들빼기는 물론 찰벼도 무농약 시도를 하고 있다. 찰벼의 경우에는 목도열병이 많이 발생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만간 찰벼 역시 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을 김주채 씨를 떠올려본다.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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