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시기 불거졌던 이른바 ‘고창군수 성희롱 사건’이 무더운 삼복더위 속에 고창군민의 심기를 여러모로 어지럽히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대수롭지 않은 일로 기억의 저편에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사건이 오늘에 이르게 된 데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으나 특히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 벌어진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진흙탕 싸움이 큰 계기가 되었다 할 것이다.
하지만 보수 정치 집단들간의 다툼은 언제나 그렇듯 제 식구 감싸기와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하는 처방으로 상호 적당히 덮어두고 마무리하는 출구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문제는 피해 당사자, 여성의 처지와 입장이다. 대부분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성희롱 당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공론화하는 순간부터 2중, 3중의 새로운 피해를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권력중심, 남성중심의 우리 사회가 지닌 특징임을 고려하면 어느 모로 보나 이강수 군수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피해여성이 겪고 있을 심리적, 물리적 고통을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
지금 진실이 정확히 가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맞다. 사건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성적 괴롭힘에 대한 형사법상의 처벌 규정이 미비해 경찰이 이 군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을 냈으나,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검찰에서 하는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내용, 그리고 민주당 중앙위가 자체 조사한 후 이강수 군수에게 “입조심하라”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모두가 성희롱 혹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피해여성은 “수차례에 걸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요지의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두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이는 명백한 성희롱 사건이다. 처벌이 가능하건 불가능하건...
불편한 사건, 진실을 앞에 두고 지역사회 또한 편치 못하다. 언론에는 자꾸 나오고 군민들간의 의견은 분분하다. 고창군민 누군들 지역에 대한 자부심, 고향에 대한 애착이 없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우리 모두 입 다물고 군민화합 이룩하자”는 호소에는 도저히 동조할 수 없다. 우리만 눈 감아버리고 입 다물어버린다고 해서, 있는 사실이 숨겨질리 없고 진실을 덮어버릴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향심을 앞세워 침묵을 강요하고 위장된 화합을 추구하는 행위는,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을 잉태하고 키우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에 많은 인사들, 특히 종교계 지도급 인사들이 망라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진실을 가감없이 밝히고, 필요한 용서를 구하고, 유권자인 군민들의 처분에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맡길 진정 용기있는 정치인은 이 땅에 없는 것일까? ‘결자해지’라 하였다.
2010년 8월 7일
고창군농민회·고창군여성농민회·전교조고창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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