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창군수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고창군 공무원노조와 동백회(여성공무원모임), 그리고 지역 원로격인 노인회와 사회단체, 종교계, 여성단체들이 성희롱 사건으로 고창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며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성명서 및 연대 호소문을 연이어 발표했다.
고창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는 이번 성희롱 문제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이 ‘군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삭발까지 단행하고, 몇 개월 동안 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온 사건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군청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나이어린 여직원이었고, 근무하는 동안 성희롱을 참다못해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후 이 여성은 군청내에서 일어난 성희롱 피해를 알리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군청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이 올려졌다.
그러나 군청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이 글은 즉각 삭제되었고, 이후에도 공무원노조와 여성공무원모임들은 진상파악을 위한 아무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K양 성희롱 논란이 중앙 언론에 집중 보도되기 시작하자 군청노조와 동백회는 갑작스럽게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창의 명예와 관련된 일이니 언론은 보도를 자제해 달라, 법적 판단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노조에서는 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냐는 질문에 노조위원장은 “K양은 노조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청에 근무하는 직원이었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 나서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정규직이 아닌 군청 내의 계약직·행정인턴 등 비정규직들은 불편부당한 일을 겪어도 호소할 곳이 없고, 억울하더라도 속으로 삭이거나 아니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 방영됐던 MBC 시사프로그램 ‘후 플러스’를 보면, 모 호텔 대표가 ‘실습 나온 여성을 성희롱했다’는 내용을 듣고 노조위원장이 호텔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방영되어 고창군 노조위원장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다음날 관내의 노인회 및 사회단체, 종교계, 여성단체 등 9개 사회단체에서 고창군노조와 비슷한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호소문에는 ‘언론보도 자제요청’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의사표현까지도 자제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연대호소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말 고창군수 성희롱 사건이 고창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면, 진실을 파악하려 노력하지 않는 지역의 모습은 오히려 더 큰 부끄러움이 될지도 모른다. 종교인들과 여성단체들의 경우는 단체의 특성들을 생각해 볼 때 무슨 이유로 이런 호소문에 동참했는지 의아스럽다. 특히 이 호소문에 동참했던 모 여성단체의 인물은 K양 측이 군청앞에서 농성을 할 때 ‘성희롱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같이 동참할 수 없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여성단체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던 적이 있다.
군의원들도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군의원들은 자신들의 얼굴인 군의회의 의장실에서 일어난 그것도 당시 군의장을 맡고 있던 현 동료의원과 관련된 일에 애써 외면하고 있는 눈치다. 무엇이 이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불편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진실일까?
진정 누가 고창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안상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