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도솔산(兜率山)으로 부려지는 선운산(禪雲山)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와 관련을 맺고 있다. 도솔은 불교의 우주관인 28천 중 욕계에 속한 도솔천(兜率天)을 상징하고 선운은 구름 속에서 참선(參禪)한다는 의미다.
옛사람들은 선운산의 아기자기한 봉우리들을 ‘만 필의 말이 뛰어 오르는 형상’ 또는 ‘도인들이 모여드는 형상’이라고 하여 신령스럽게 생각했고 뛰어난 산세를 일러 호남의 내금강이라 했다. 선운산에 삼미(三味)가 있으니 풍천장어와 복분자, 그리고 작설차가 그것이다.
중국의 글은 뜻글로서 물체의 모양을 형상화 한다든지 작은 글자의 의미가 모여 다른 의미의 글자가 되기도 하는데 뱀장어를 나타내는 만(鰻)자를 ‘이 고기(魚)를 먹으면 매일(日) 네 번(四) 일을 치르고도 또(又) 할 수 있다’라고 풀이하여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바, 어쨌든 최고의 스태미나 음식임은 틀림없고 그중 고창의 풍천장어의 우수성은 단연 최고여서 전국 미식가들의 입을 통해 명물이 된지 오래다.
복분자(覆盆子)는 먹고 오줌을 싸면 요강이(盆) 뒤집힌다(覆) 하여 자연강장제로 이름이 높으며 노화방지, 피로회복, 활성산소 제거, 항암효과 등 약효가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는 무궁무진한 효능이 있는 검은 딸기다. 일조량이 많고 적당한 강수량에 황토와 해풍이 어우러진 고창의 복분자야 말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음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작설차는 찻잎 색깔이 자색(紫色)을 띠고 끝 모양이 참새(雀)의 혀(舌)만 할 때 채취해서 볶아 만든 고유의 전통차다.
숙취를 줄이고 물질대사를 촉진할 뿐 아니라 관상동맥경화증, 당뇨병, 고혈압 등의 예방과 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동의보감에 쓰여 있고 신숙주, 정약용, 서거정, 김시습 등이 차시(茶詩)를 즐겨 쓸 만큼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선운산의 작설차는 선운 삼미 중 백미로 칠 정도로 유명했는데 보성등지의 다량생산지에 밀려 지금은 스님들에 의해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음은 참으로 서운한 일이다.
다도(茶道)는 찻잎을 따기에서 달여 마시기까지의 다사(茶事)를 말한다.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일련의 행위로서 몸의 수련은 차의 효능으로, 마음의 수련은 군자와 같고 사악함이 없는 차의 성미를 따름으로 달성 된다하여 선비들 수양의 방편에 이용되어 왔다. 찻잎을 따서 말리고 덖고 끓이고 우려내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라도 잘못되지 않고 더도 덜도 아닌 꼭 알맞은 상태를 중정(中正)이라 하며 다도는 결국 중정에의 도달을 의미 한다.
인간의 삶에도 다도의 중정은 필요하다. 각 단계를 관리하는 효율적인 체계가 있으며, 물과 차가 조화를 이루듯 정신과 육체가 화합하여 선후의 경중을 따지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등이 성공의 비결과 통하기 때문이다.
선운 삼미 또한 인생살이에 필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풍천장어는 용기와 끈기를, 복분자는 활력과 자신감을, 작설차는 중용의 지혜와 체계적 관리를 통한 조화를 시사하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곱씹을수록 의미가 깊은 자랑스러운 유산들이 산재해 있는데도 무심하게 넘겨버리고 있음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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