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이라는 단어가 우리 귀에 익숙하게 들린 것이 언제쯤일까. 불과 2~3년 전까지도 귀에 익지 않은 말이었던 것 같다. 메디케어요양병원은 요양병원이란 단어가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던 2004년 12월 폐교된 성내북초등학교에 자리를 잡았다.
성내면에서 덕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알록달록한 색깔의 학교 담장을 볼 수 있다. 분홍빛 벽돌에 하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울타리는 물이 흐르는 다리를 떠올리게도 하고, 하늘에 구름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담장을 따라 100여미터 쯤 가다보면 메디케어요양병원의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 들어서면 눈을 호강시키는 것이 초록빛 잔디밭이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학교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단층의 긴 건물과 건물앞 화단이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3,4층 신설 건물이 보인다. 이중 한 건물에는 한솔복지센터라고 써져 있고, 복지센터 한쪽에 메디케어요양병원 원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보통은 시설 입구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을 분수대와 연못이 한쪽에 자리하고 있고, 뒤편으로는 소나무 등을 심어 조경에 신경쓴 모습이 보였다.
분수대와 연못이 구석에 만들어지는 것을 본 간호사들도 의아하게 여겨 김병기 병원장에게 물었더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고개만 돌려도 분수대와 나무들을 볼 수 있도록 이 곳에 만들었다고 한다.
과연, 분수대 바로 옆 병실은 중환자들을 위한 산소호홉기 등 응급처치 시설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현재 환자들이 있는 병원건물이다. 옛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병원은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데 굳이 일층을 유지하고, 별도의 건물을 지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단층건물은 김 병원장의 환자를 배려한 부분이다. 환자들이 누워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볼 수 있는 곳이 창밖과 천정인데, 2층부터는 하늘만 보이기 때문에 단층을 고집한 것이라고 한다. 또, 병원에 입소한 어르신들이 부속시설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입구로 가는 길은, 옛날 학교였던 느낌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는 모습이다. 교정을 거닐 듯 다가가 제일 먼저 중앙입구에 들어서면 병원 카운터와, 밖이 훤히 보이는 간호사실이 보인다. 안에서도 수시로 환자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양병원은 병원마다 특성이 조금씩 있는데, 메디케어요양병원의 경우에는 중풍, 암 말기환자, 재활환자 등이 많다고 한다. 병원장이 의사인 경우 재활환자나 중풍 환자 등이 많다고 하는데, 의사의 전공은 큰 의미는 없다고 한다. 요양병원에 오는 경우는 대다수가 중증 노인환자로 수발에 중점을 두거나, 집에서 돌보다가 힘들어서 오기 때문이다.
병원 내부는 간호사실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 남·녀 중증 환자실부터 경환자순으로 간호사들의 보호나 관심이 많이 필요할수록 간호사실에 가까운 순서로 되어 있다. 또, 병동 중간에 자리한 요양보호사들의 휴식공간이 있다. 현재, 메디케어요양병원은 병원이기 때문에 간호사가 16명,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이 15명 정도 있다. 환자들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지시설이다.
이 외에도 물리치료실과 휴게실 등이 있다.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위한 공간이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온돌병실이다. 침대가 싫거나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병실자체를 방으로 만든 것이다. 이곳에는 침대가 별도로 있지만, 환자들은 휴게실처럼 혹은 침실삼아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메디케어요양병원의 장점은 자연친화적인 환경이다. 주변에 보이는 연못이나 산골에 위치해 맑은 공기를 마시며, 탁 트인 운동장을 산책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병원에 들어서면 음악이 종종 들려온다. 초반에는 일괄적으로 음악을 틀었는데, 지금은 연령을 고려해 취향대로 들을 수 있도록 각 실마다 따로 음악을 틀어준다고 한다.
인터뷰 - 김병기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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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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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남을 도와라”
원자력 병원에 외과 의사로 있었던 김병기 병원장이 요양병원을 시작하게 된 것은 말기 암 환자가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병원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말기 암 환자처럼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힘들다고 하고, 지속적인 간병이 필요한 경우 갈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을 보면서 그런 환자들을 돌봐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겠다 싶었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병원을 더 이상 확장할 생각은 없고, 별도로 더 짓는다면 은퇴자 병동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은퇴자 병동에 대해,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남을 도와라. 그 봉사활동은 자기가 들어갈 양로원을 기준으로 삼고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라”며 “양로원에 들어가기 전에 움직일 수 있을 때 자주 다니면, 그곳은 내가 입소할 때 새로운 환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동하던 공간이기 때문에 익숙하고 친근한 공간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우아하게 죽자’는 생각을 한다. 늙어가는 과정이 경제적 상황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데 우아하게 죽기 위해서는 본인도 노력해야 하고, 주변도 여건이 받쳐주어야 한다”며 “양로원 같은 곳에서는 봉사활동에 따른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그렇게 봉사활동 하던 사람들이 양로원을 찾으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포인트로 생활을 한다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김 원장은 병원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요양하며 머물 수 있는 은퇴자 병동을 떠올리는 것이다.
병원에 대해 특별히 치장하며 소개하진 않았지만, 병원 곳곳에 보이는 환자들과 직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는 메디케어요양병원이었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어르신들의 자식으로, 손주로 함께하고자 한다는 김병기 병원장의 인사말이 와닿는 이유다.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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