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을 넘어서 주막으로 들어갔다. 몇 사람인지 알 수 없으나 행인의 소리가 들렸다. 잠시 쉴 때 한 청년이 들어섰다. 서로 한자리에서 쉬며 이야기했다.
“어디서 오는 손인가?” 강혼이 물었다. “예, 한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입니다.” “어디로 가는가?” “고향이 성주올시다. 바로 성주로 갑니다.” 성주 소리만 들어도 은대선의 생각이 간절했다. “그럼 성주로 가거든 이 편지나 한 정 전해주게.” “예, 전해드리지요.” 강혼은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편지를 썼다.
“나와 그대는 처음에 잘 몰랐으나 천 리 밖에서 신교를 접했으니 이것이 전생의 인연인가 하노라. 상주에서 이별한 이후 저녁에 그윽한 곳에 들르니 빈 여사가 적막하구나.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 영롱한 중에 등불을 돋우며 홀로 앉았으니 외로운 그림자만 쓸쓸하구나. 이내 심경 뉘가 알리. 아침에 영을 넘어서니 시냇물 소리 졸졸 흐르고, 산새 소리 여기에 화답하는데, 이제 더 생각할수록 슬플 뿐이다. 다시 낭자의 옥적 소리 들을 수 있을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은대선은 강혼과 이별한 후 지난 일이 꿈만 같아, 아름다운 추억 속에 빠져 있다가 뜻밖에 강혼의 서신을 대하니 전날 낭군을 다시 만난듯 반갑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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