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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최여겸과 개갑장터’ 학술발표회
새롭게 조명된‘순교자 최여겸과 개갑장터’
윤종호 기자 / 입력 : 2010년 08월 30일(월)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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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여겸과 개갑장터

 조선후기 전라도 서부지역 그리스도교(천주교) 전교(傳敎)의 지도자였던 순교자 최여겸(崔汝謙, 세례명 마티아)은 1763년 무장현 동음치면(현, 고창군 공음면) 갑촌에서 전주최씨 양반가[상인(常人, 평민)이란 기록도 있음]에서 태어나, 25세에 충남 한산으로 장가간다. 1787년 유항검에게 세례를 받고, 윤지충 등을 찾아가 교리를 배웠고, 흥덕·무장·영광·함평 등 호남서부지역에서 맹렬한 전교활동을 펼쳤다. 1801년 신유박해를 피해 한산 처가로 피신했지만, 3월말경 최여겸이 전도한, 28명의 체포된 신자들 중 한 사람의 밀고로 4월 13일 체포된다. 배교(背敎, 종교를 등지는 행위)를 목적으로 문초, 고문 등을 당하지만, 믿음을 지켜 7월 19일(음력) 무장현 동음치면 개갑장터에서 참수형을 당해 39세의 나이로 순교한다.

 최여겸이 순교한 개갑장터(공음면 석교리 일대)는 고창군 향토문화유산 제1호로 2004년에 지정됐다. 19세기말까지만 해도 무장·고창·흥덕의 전세(田稅)를 거두어 경창(京倉)으로 수납하던 석교리(石橋里)와 이웃해, 서해안의 어염(魚鹽, 생선·소금)과 주변지역 농축산물이 집산(集散)하던 상업요지였지만, 1930년경 이후 없어지고 말았다. 조선 초기 특출한 효성의 영모당 김질(金質, 안동김씨) 선생의 전설과 ‘구한말 의병활동의 보급소, 연락처로 일제에 의해 폐쇄됐다’ 등의 설도 있다. 백원철 교수는 이번 학술발표회를 통해 갑촌의 어원을 ‘개가리(凱歌里, 18세기말까지)→개갑(介甲, 19세기말까지)→갑촌(甲村, 20세기초부터)의 순으로 변경되어 온 것을 문헌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백원철 교수
(공주대 한문교육과)

   

▲김진소 신부
(호남교회사연구소장)

   

▲최영준 교수
(고려대 명예교수)

   

▲나종우 교수
(원광대 사학과)

 

 

 

 

 

 

사단법인 고창문화연구회(회장 백원철)가 주최한 ‘순교자 최여겸과 개갑장터’ 학술발표회가 고창군 청소년수련관에서 이병호 주교 등 내·외빈과 지역주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학술발표회가 있던 지난 8월 27일(음 7. 19)은 호남 그리스도교(천주교) 전교의 지도자(유항검, 윤지충, 최여겸 등)였던 최여겸이 개갑장터에서 참수형을 당해 순교한 209주년 되는 날이었다.

 2009년 6월 천주교는 최여겸 등 124위를 로마 교황청에 공식적으로 시복시성[諡福諡聖, 가톨릭에서 복자(福者)와 성인(聖人)으로 추대하는 것]으로 청원했고, 최근 고창군은 순교지 개갑장터를 가톨릭성지로 조성하기 위해 타당성조사와 기본정비계획을 마치고, 실시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창문화연구회는 그간 뚜렷하게 확인돼지 않았던, ‘최여금의 가계와 후손’, ‘개갑장터·순교지의 위치’ 등을 교회사 연구, 역사지리 등 해당분야 권위자들의 연구에 의해 이번에 새롭게 밝혀냄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학술연구와 지역사회의 공론화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학술발표회 주요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최여겸 순교자의 가계와 후손’
 백원철 교수는 논문을 통해, “참수형을 당한 최여겸 후손의 존재여부는 지금까지 확인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학술행사를 준비하는 중에 후손임을 자칭하는 이가 나타났다. 필사된 그 분의 족보 등을 추적해 본 결과 최여겸의 후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새로운 사실을 제기했다.

#‘호남지역 천주교의 전파와 최여겸의 역할’
 김진소 신부는, 순교자 최여겸을 관심있게 접근한 첫(1979년) 연구자로, 호남지역과 고창지역 천주교 수용과 전교 과정, 최여겸의 천주교 수용과 전교, 문초 과정 등 최여겸의 일생을 연구한 내용을 정리했다.

#‘순교지 개갑장터의 역사·지리적 조명’
 최영준 명예교수는, 개갑장터의 입지, 시장형성의 배경 등을 고찰한 뒤 폐쇄되는 과정을 고지도·문헌·지형 등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냈다. 19세기말까지 흥성했던 개갑장이, 갑오개혁(1894년)에 따라 전세(田稅)제도의 변화로 석교창의 기능이 상실되고, 영광 홍농·법성포 쪽 석교포 간척사업(1924년) 이후 뱃길이 끊겨 시장기능이 약화되면서, 1930년경에는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을 이번 발표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

#‘순교지 개갑장터의 개발과 고창지역 관광활성화 방향’
 나종우 교수는 “천주교 성지이자, 민중의 삶의 현장(장터)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관광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속가능성, 주민참여, 문화관광벨트화, 축제 기획 등을 고려한 개발전략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종합토론 등

 종합토론시간에 김경식 소장(연정교육문화연구소)은 “개갑장터 개발방향은 순교지로서의 성역화에 초점을 맞추고,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와 관광객들의 방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개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기화 선생(전 고창문화원장)은 “현재 최여겸의 후손임을 자칭하는 분들은 박해 당시를 고려했을 때, 직계자손일 가능성은 낮아 방계자손일 가능성은 있다. 이런 판단을 확정하기까지는 엄밀한 검토과정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날 사회를 본 이형성 박사(전북대 연구교수)가 당일 참석한 학계원로이신 이원순(전 국사편찬위원장) 교수에게 간략한 논평을 요구하자, “역사연구와 사실탐구의 노력이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이루어지는 이런 세미나가 지역에서 열렸다는 데 의미가 있고, 커다란 진보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학술발표회 이후, 이번 행사를 후원한 고창군 문화관광과 및 천주교 고창성당 관계자 등은 “이번 학술발표회를 통해 순교자 최여겸과 고창군 향토문화유산 제1호인 개갑장터의 종교적·역사적 의미가 새롭게 조명됐다. 가톨릭 쪽에서는 순교자 최여겸의 존재와 순교지 개갑장터의 위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고, 고창군으로서는 개갑장터를 도문화재로 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향후 개갑장터가 성지로 조성되면, 가톨릭 교인들의 성지방문이 이어져 군 관광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학술토론회의 의미를 전했다.                   

윤종호 기자

윤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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