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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김경식
연정교육문화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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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등에서는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이, 교사와 학교를 평가해야 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해야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세상은 갈 때 까지 가는 것 같다.
교사는 학생교육에 있어, 인격적 만남의 대상이다. 학생은 교사와의 만남을 통해, 인격을 형성하고 지식을 습득하고 창조성을 길러간다. 따라서 교사는 인간 조성과 가치지향성이라는 학교교육에서 학생의 선도자로서, 후견자로서, 교육의 당사자가 된다. 그렇기에 동양전통사회에서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로 보고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고 했다.
교사평가라는 주장 앞에, 우리가 우선 반성하고 재인식해야 할 것은 교사의 권위(權威)를 존중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 교육의 정상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고, 자기 자식을 교육하는 교사를 학부모가 평가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교사의 권위는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고, 또 보장돼야 한다. 교사의 권위를 말하기에 앞서, 교사는 사회제도로서 성립된 교사의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교사는 역사적 현실, 사회 상황 및 학생에 따라 적절한 교재를 선택하고, 그것을 학생이 바람직하게 학습하도록 지도하는 것을 통해, 학생의 바람직한 인간성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사회와 역사 및 학생의 생명을 인식하고, 통찰하는 지성과 도덕성을 가진 지도자이고, 사람들에 의해 그 가치가 승인되는 권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회 특히 교육계와 학부모 사회에서는 그 권위가 기피됨은 물론 박해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권위라도 오래된 고정적·절대적인 권위에서 사회의 진보를 방해하는 것 등은 기피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학생이 학습하는 역사적·현실적인 문화내용 및 문화의지 속에는 여러 인물과 사상 그리고 업적과 제도 등이 많이 있다. 이들은 권위가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승인된 것으로 지도되고 학습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에서 일면적으로 비판적 사고 또는 창의성만이 지배적인 분위기가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권위에 대한 감각이 마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권위에 대한 ‘외경(畏敬)’ 혹은 ‘두려움’과 ‘신중함’이 없다면 인간은 오만하게 된다. 인간의 오만은 자신은 물론 사회, 국가 그리고 자연에서도 파멸을 가져온 경우를 우리는 역사와 현실 속에서 수없이 보아 왔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교사는 위에서 본 것처럼 ‘두려움’을 받고 ‘외경’돼야 할 권위를 가진 인격을 확립시키지 않으면 안되고, 또 주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주요한 일은 그 권위에 의해 학생이 억압받는 일이 없고, 그들에게 자기 본연의 자세를 규제하고 또는 발전시키는 기회를 주도록 하는 일 일 것이다.
교사의 권위가 인정돼고, 보호되어야 한다면, 학생·학부모로부터 평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만 교사의 평가는 교사의 업적이나 수행능력에 대해, 교육에 관한 권위를 확보한 기관 내지 단체에 의해 뼈를 깍는 듯한 자세로 지속적인 평가과정을 통해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수준 미달의 교사는 도태시켜야 할 것이다.
교사평가에 앞서 우선 중요한 일은 학생은 학생본분에 따른 활동에 충실하고, 학부모는 자녀가정교육에 전념하고, 자녀들이 학교교육에 임할 수 있는 기반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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