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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토장 기자 / 입력 : 2010년 09월 17일(금)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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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  유점동
전 고창전화국장

 조선 순조임금 때 김매순이 쓴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한양지역 연중행사를 기록하면서 추석에 대해 언급하기를 “더도 덜도 말고 한 가위 만 같아 라”라고 했다.

 한 가위, 중추절이라 부르는 추석은 보름 달 만큼이나 넉넉하고 풍성하며 인정이 넘치는 대자연의 혜택 이였다. 무더위를 지낸 뒤 소슬해지는 날씨와 여름 내내 허리가 휘도록 일한 결실의 추수, 혈연의 재회에 따른 기쁨까지 있어 축복의 날이 아닐 수 없었다. 들녘에는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가난한 사람은 구경하기 힘든 쌀밥과 고기반찬 등 넘쳐나는 먹 거리에 한 동네가 어우러지는 신나는 놀이, 어느 것 한 가지 부족하지 않았다. 반가운 친족들을 만나고 멀리 떠난 친구의 소식을 들으며 시집간 첫사랑도 다시 볼 수 있었다.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푸른 하늘이 자지러졌다.

 추석에 대한 유래는 확실하게 밝혀진바 없다. 고대신앙의 하나로 달은 어둠의 두려움을 쫓아주는 고마움의 대상이였고 농경사회에서 달의 차고 기움은 씨앗의 파종과 추수의 시기를 가늠하는 기준이였던 것이 뿌리가 아닌가 싶다.

 신라 유리왕은 육부(六部)를 둘로 나누고 왕녀 두 사람이 한 편씩 맡아 부내 여자들과 7월16일부터 길쌈을 시작한 뒤 8월15일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춤과 노래를 부르며 함께 즐겼다. 이때 진 쪽의 여자가 춤을 추며 ‘회소 회소(會蘇 會蘇)’라고 탄식하는데 이 음조(音調)가 슬프고 아름다워 후세 사람들이 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이것이 유명한 회소곡(會蘇曲)이다.

 농경과 더불어 전해 내려오던 추석의 세시풍속은, 조상을 숭배하는 차례지내기, 성묘하기가 있고 민속신앙의 주술적 행위로 송편 먹기, 토란국 먹기 등이 있으며 윷놀이, 줄다리기, 달맞이 등의 놀이 풍속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고향은 옛 모습을 잃어버리고 새벽의 광장처럼 황량하고 쓸쓸해 졌다.

 추석풍속이라 해봐야 차례와 성묘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정례적인 행사 후에는 피곤과 짜증, 그리고 무료함만 남는다. 온 동네가 한 마음으로 하던 놀이들도 사라진지 오래다. 전통을 소홀히 하면 민족의 정체성에 심각한 하자가 생기는데,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치 근무와 개인사정, 그리고 해외관광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까지 갈수록 귀성객은 줄어들고 옛날의 풍속도 인정 넘치는 사회도 가정의 화합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사정에 따라 다 모여지지 않는 가족들 간의 갈등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고부간, 동서지간, 형제자매간, 빈부의 차이와 이기적인 행동이 감정의 충돌을 가져와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되거나 서운한마음의 응어리를 안고 헤어지기도 한다.

 성묘를 다니다가 돌보지 않은 초라한 봉분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술을 올리고 가는, 정이 넘쳤던 인심도 퇴색되었다. 경제 핑계를 대지만 옛 시절에도 어려웠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아니고 ‘나’라는 가치관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할 것 같다.

 풍속과 인심이 변했다 해도, 올해 추석의 달만큼은 더 밝게 빛나서 소외된 사람들과 배고픈 사람들, 그리고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사람들 위에 희망의 달빛을 골고루 뿌려 주었으면 좋겠다.

토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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