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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찐 송편을 식히고, 한쪽에서는 떡가루를 손질하고 있다 |
추석을 일주일 앞둔 지난 14일 오후 3시. 송편 만들고 참기름 짜고 고추 빻느라 해리면 하련리 동시떡방앗간은 쉴 새 없이 바쁘다. 방앗간 안주인인 고오순(55) 씨는 엉덩이가 땅에 닿을 새가 없단다.
고추냄새가 알싸한 방앗간 한쪽에는 참기름 짜는 기계에서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떡가루를 빻는 기계가 ‘웅웅’ 귀울음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가운데 평상 위에는 알맞게 쪄진 모시송편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방앗간 방 한켠에선 할머니 두 분이 손수 모시송편을 빚고 있다. 방앗간 바깥주인은 상의가 땀에 푹 절은 채 곱게 빻아진 고춧가루를 분쇄기에 집어넣는 일을 반복한다. 고추 빻느라 바쁜 주인을 참견하는 한 할머니의 웃음에는 객지 나간 자식들이 벌써 찾아와 있다.
요즘에는 새벽 3~4시면 일어나 떡 만들 준비를 한다. 모시잎을 삶아 불려놓은 멥쌀과 같이 빻는다. 아침 7시에 가게문을 연다. 참기름 짜고 고추 빻으러 허리가 휜 할머니들이 문턱을 넘는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을 자식들에게 손수 농사지은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나눠 줄 생각이다. 하지만 떡가루 손님은 그리 많지 않다. 대개 추석을 사나흘 앞두고 떡을 맞추는데 “지금은 손님이 하루에 30명 정도 찾아온다”고 주인은 설명한다. 한 할머니께서 “여긴 친환경만 써”, “기계떡보다 손으로 만든 떡이 맛있어”하며 훈수를 두신다. 송편은 모시송편을 만든다. 속에 넣는 소는 동부(살구색 콩)를 쓴다. 모싯잎에는 섬유질·칼슘·마그네슘과 항산화활성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변비·대장암·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고, 이뇨작용을 촉진한다.
저녁 10시에 문을 닫고 정리하면 11시가 넘는다. 멥살을 불리면 12시. 머리가 닿기도 전에 금세 잠이 쏟아진다. 요즘엔 쌀 40킬로그램, 송편 8000개 정도가 나간다고 한다. 3년 전 방앗간을 시작해 점차 터를 잡고 있다.
방앗간을 찾은 어른들의 환한 표정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방앗간 작은주인 김영광(37) 씨는 “추석 전엔 표정이 참 밝은데, 추석 뒤엔 외로움을 많이 타신다”며 “객지에 사는 자식들이 어르신들을 잘 챙겨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시떡방앗간에서는 모시송편 2킬로그램에 1만원, 막고춧가루 1근 빻는데 400원, 가는고춧가루는 600원, 참기름은 1킬로그램에 6000원이다. 전화 563-6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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