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땅콩 값이 작년에 비해 턱없이 낮게 거래되고 있어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작년 농협 수매의 경우 피땅콩(껍질을 까지 않은) 30kg 1포대가 12만원이었지만, 올해는 8만원에 수매되고 있으며, 시중가격은 6~7만원선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농협조합원이거나 농협과 계약재배한 농가들의 경우 농협의 수매로 걱정을 덜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농가들의 경우 마땅한 출하처가 없어 수확을 하면서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올해 땅콩가격이 급락한 것은 2007년도부터 가격이 점차 상승하자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경기불황으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과잉생산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고창군 땅콩재배 면적만 보더라도 2007년에 190ha였던 것이, 2008년엔 260ha, 2009년엔 300ha, 2010년엔 350ha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고창군에 땅콩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넓은 황토개간지(밭)에 비해 관리가 쉽고 안정적인 맞춤형 소득작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농협관계자는 분석하고 있다.
한편, 땅콩이 과잉생산되거나 수확물량이 모자랄 경우 가격 및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가공공장과 저온창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땅콩전문가공 공장의 경우 전국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10여 곳에 불과하며, 농협에서 운영하는 곳은 우리지역에 있는 대성농협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성농협의 경우 원물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피땅콩 저장 저온창고가 10여평밖에 되지 않아 종자수급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가공제품개발도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내 땅콩가공업체 대부분이 국산땅콩 가격의 절반수준인 수입땅콩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음에서 땅콩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땅콩 캐는 기계와 인부 20여명을 투입해가면서 수확은 하고 있지만, 올해 땅콩가격이 작년에 비해 턱없이 낮아, 갈수록 늘어나는 농사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농협 관계자는 “올 초 과잉생산을 우려해 계약재배한 농가들의 경우 최저가격 기준을 8만원으로 정했고, 작년을 제외한 예년수매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아직 농가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땅콩을 수확하는 경우가 많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수확기나 탈곡기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상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