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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 유점동 전 고창전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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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는 무상하다. 숨 쉴 수도 없이 무덥던 날씨가 난방을 해야 할 만큼 제법 쌀쌀해 졌다. 사철이 뚜렷했던 계절의 한계가 언제부터인지 모호해 져서 여름과 겨울은 길어진 반면 봄과 가을은 느낄 틈도 없이 지나가 버린다. 가을이 오면 결실의 기쁨과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잔치로 세상은 아름다워도 인생의 황혼을 보는 조락(凋落)의 쓸쓸함에 우울해 지기도 한다.
천고마비(天高馬肥)속에 우리는 책을 읽는다. 독서에 계절이 따로 있으랴만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함은 어쩐지 허망하고 텅 빈 마음을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해서는 아닐까?
더불어 상상력을 키우고 감성을 발전시키며 자신의 모자란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고 깊이와 지혜를 높여 주기도 한다.
예전엔 금전적인 문제로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어서 여러 사람이 한 권의 책을 돌려봐야 했었고 출판여건도 좋지 않아 독서의 환경은 열악했었다.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지금은, 독서의 여건은 좋아졌어도 책에 대한 선호는 많이 줄어들었다. 책값이 차지하는 비중도 직장인 술값의 1/4이고, 대학생의 평균 독서량도 세계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현실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독서를 지도하는 분들은 책의 내용을 꼼꼼히 체크 하면서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정독(正讀)과 유익한 양서(良書)를 권하지만, 재미를 배제한 채 정독과 양서만 고집한다면 흥미를 잃어버린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고(濫讀) 남보다 더 많이 읽는(多讀)것도 필요하다. 양서라고해서 꼭 내게 필요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며 악서(惡書)라고해서 전연 배울 점이 없다는 성급한 단정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분류하고 정제해서 내게 유익한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대학입시에 논술이 중요하게 대두된 지금은 독서의 방법도 새로운 요령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용을 파악하고 낱말의 뜻을 알아보는 등 정보파악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이해의 독서’라고 하는데 글쓰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품의 줄거리나 표현의 재미를 맛보며 읽는 ‘감상의 독서’는 글쓰기에 약간의 도움은 되지만, 재미에 빠져 분석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상식에 반 하는가 또는 내용은 적합한가 여부를 따지면서 읽는 ‘비판의 독서’는 글쓰기에 도움은 되지만 재미가 반감되는 단점이 있다. 글쓰기에 제일 좋은 독서방법은 현재 읽고 있는 내용을 ‘나라면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하면서 또 다른 내용을 머릿속으로 만들어 보는 ‘창조의 독서’다.
책을 억지로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책이 훌륭한 스승임이 틀림없다면 독서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나를 살찌우는 노력은 필요하며,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를 이유로 삼지 않아도, 책을 가까이 해서 자아실현(自我實現)의 경지에 한 발 다가가는 것은 인간의 완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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