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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수) 나락값 협의를 위한 회의가 농민회와 한농연이 함께한 가운데 군농협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
고창군 농협조합장 회의에서 나락 값을 예고없이 4만2천원으로 결정하자 농민회는 협의없이 결정한 가격에 반발하며 군농협을 항의방문해 재협상을 요구했고, 이틀 뒤 농협조합장들과 농민단체의 가격재협상이 진행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지난 8일(금) 오후 진행된 농협조합장 회의에서 나락값 결정은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던 계획과 달리, 나락값 최저가격을 4만 2천원으로 결정했다.
이날 가격결정에 대해 정남진 통합RPC대표는 “고창뿐 아니라 타지역도 민간 RPC에서 4만원씩 나락값을 주고 있는데, 농가들이 우선 민간RPC에 내고 있어서 가격을 올려줄 필요성을 느꼈다. 수매를 위해 이사회를 열고 장시간 이야기한 끝에 가격을 결정하게 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주말에 조합장들의 나락값 결정 소식을 전해들은 농민회 관계자들은 11일(월) 오전 9시 농협중앙회 고창군지부에 항의방문했다. 이날 양주용 지부장은 “정부방침은 3만원을 선지급할 것을 추천하지만, 농가들의 입장을 고려해 농협과 농가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한 가격이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농민회 이대종 사무국장은 “지난 9월부터 가격조율 등을 협의하기 위한 농민총회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했다. 비록 농민들이 의결권은 없지만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재결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런 농민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13일(수) 오전 9시, 농민회, 한농연, 농협조합장 등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고창군농협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이동현 조합장 등은 “농가입장에서 가격이 일찍 결정되야 가격 상승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타지역 농협보다 빨리 결정했다. 최저가가 42000원이다. 12월 이후 시중가격에 따라 차액을 지급하겠다”며 “현재 상황에서 고창군만 많이 줄 수는 없다. 쌀 값 잘 받고, 잘 팔리면 상관없는데 현재는 어렵다. 농민입장에서 충분히 고민했고 농협부담도 고려해서 결정한 부분임을 이해해달라. 12월 수확이 끝나고 나면 농가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자”고 설명했다. 농민회 이대종 사무국장은 “농협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협의없이 결정된 42000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 농가들은 작년가격(46500원)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농협의 입장을 고려해 공공비축미 수매가인 45000원으로 제안한다”고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서로간의 입장차이만을 확인한 채 가격 결정 회의가 진행되지 않자 농민단체와 농협조합장들은 휴회를 선언했고, 휴회시간 중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을 답답하게 여긴 한농연 이경호 정책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농민단체들은 농협의 입장을 고려해 1000원 높인 43000원을 수정제안하기로 협의했다.
재개된 협의회에서 이대종 사무국장은 “가격을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결정된 가격을 그냥 받아들일 수는 없다. 43000원이면 수용하겠다”고 수정제안했으나 조합장들이 12월에 가격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협상은 무산됐다.
이번 협상에 대해 오성RPC 최형진 대표는 “민간 RPC는 전국 시중가격에 따라 구매하지 않으면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4만원으로 구매하고 있다. 농협은 나름 농가들의 입장을 고려해 결정한 금액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한 농가에서는 “올해 나락 수확량이 10~30%까지 감소했다. 거기다 생산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나락값까지 떨어지면 어렵다. 적어도 작년가격은 유지되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상황에 대해 이대종 사무국장은 “쌀문제해결을 위해 제안했던 행정·농협·농민 3자가 함께하는 협의회 구성은 농협이 단독으로 움직이면서 틀어졌다. 향후 농민과 농협, 농민과 행정이 별개로 풀어야 할 상황이다”며 답답해했다.
유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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