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림은 청년 시절의 방탕한 생활이 원인이 되었는지 나이가 들어 병상에 눕게 되었다. 한번 자리에 누워 세간의 일을 잊고 있으니 더욱 처량해질 뿐이었다. 그런 중에 자기 앞에 있던 딸이 병들어 죽었다.
이제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전에 부리던 종 한 사람이 병간호를 해주고 있었다. 이제는 술도 먹지 않으며 본부인은커녕 첩 한사람도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때로는 끼니까지 걸렀다. 삼등 공신에 봉군까지 받은 사람이 아주 꼴사납게 된 것이다.
한편 막동은 감사의 손에서 다시 관기로 들어가 의녀가 되어, 여의로서 이제는 궁중에서 자리를 튼튼하게 잡았다. 그녀는 함부림이 불우한 생활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병중에 찾아왔다.
방 안에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함부림은 대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여의는 손수 방을 치우고 누워 있는 함부림을 바라보았다. “대감 쇤네가 왔소이다.” 막동이 귀에 대고 한마디 했다. “누구냐?” “전주에 살던 관기입니다.” “응, 그러냐? 이제 알겠다.” “대감, 왜 이렇게 초라하게 지내십니까?” “세상은 일장춘몽이니라. 아마 전날 풍류장에서 잘 놀던 죄가 닥쳐 온 모양이다. 그러니 나의 일은 걱정 마라. 그래, 너는 잘 지내느냐?” “쇤네는 대감의 천거로 궁중에 들어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한 일이다.” 막동은 지난날을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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