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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 유점동 전 고창전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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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자주 쓰고 있는 용어 중, 불교에서 유래된 것은 생각보다 의외로 많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은 늘 있는 예사로운 일,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의미로 쓰고 있지만, 본래는 불교 선종(禪宗)에서 ‘참선 수행을 함에 있어 유별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듯이 일상생활이 곧 선(禪)으로 연결된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은 석가의 설법과 관련이 있다. 석가가 영취산에서 제자들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다가 말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고 약간 비틀어 보였다. 다른 제자들은 그의 의중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가섭(迦葉)만 내면의 뜻을 짐작하고 미소를 띠니 석가가 가섭에게 그 꽃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불교의 진수는 이심전심된 가섭에게 전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말이나 글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으로 쓴다. 그 외에 야단법석(野壇法席), 아수라장(阿修羅場), 영겁(永劫), 찰나(刹那) 등도 많이 쓰는 불교용어다.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사람 또는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이라는 건달(乾達)도 고대 인도의 신(神) 건달바(乾達婆)에서 전래된 말인바, 천상계 제석천(帝釋天)의 기악(伎樂)을 맡아 연주하는 악사로서 음악의 신(神)임과 동시 불교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석가세존의 불법을 노래와 춤을 통해 전달하는 건달바는 불교의 역할이 지대했던 고려시대까지 사찰의 각종 법회에 동원되는 중요한 악사집단이었다. 조선조에 들어와 억불숭유(抑佛崇儒)정책으로 불교세력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건달바들도 덩달아 일자리를 잃어, 배운 재주인 음악을 연주하며 여러 곳을 전전하는 떠돌이 건달이 되어버렸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는 속담이 있듯, 농경사회의 사철 가운데 가을은 오곡 수확에 가장 바쁜 철이다. 벼를 베어서 탈곡해야하고 콩도 뽑아 타작해야하며 보리갈이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긴 겨울을 위해 김장도 하고 호박, 버섯, 시래기를 말리며 젓갈에 풋고추도 준비해야 한다. 농토가 없는 가난한 사람도 벌어먹고 살려면 삯품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가을걷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상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 때에 비해 지금의 가을들판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트랙터를 비롯한 기계소리만 들려올 뿐, 들 가득 들끓던 일꾼들도, 소 울음소리도, 새참을 머리에 인 아낙네의 치맛자락 풍경도 끊어진지 오래라 허전하고 쓸쓸하다.
처음부터 건달이었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들이 대신해줌에 따라 할 일을 잃은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건달생활을 해야 한다. 가난한 가을건달은 궂은비 촉촉이 내리는 날 값싼 소주에 시름을 실어 보내며 바람처럼 싸돌아다니는 일에 날밤을 샌다.
시민운동가 무위당(无爲堂) 장일순은 말했다. 건달이 되어봐야 인생을 말할 수 있다고, 이곳저곳 떠돌면서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하다보면 천하의 민심을 알 수 있다고, 장바닥 뒷골목 시궁창 길을 걸어봐야 한다고!
누가 건달이 되고 싶어 되었으랴만 체념과 연민속에서 고단하게 살아갈 바엔, 건달일망정 작은 낭만속에 빠져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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