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는 종이를 꺼내 붓을 들고 강계의 경치를 그리고 그 위에 시를 써서 읊조리며 빼어난 금수강산을 노래했다. 그리고 시를 담은 산수 화폭을 무운에게 주며 일렀다. “네 훗날에 이것이 쓸모 있을지도 모르니 잘 간수해두도록 해라.”
바람이 맑고 달이 밝은 밤이면 으레 무운에게 노래를 부르라 하고 자신도 가무운곡을 즐겼다. 이제는 성 진사나 무운이나 정이 들대로 들어서 매우 두터워졌다.
어느덧 꿈같은 시간이 여섯 달이나 흘러갔다. 그러나 여전히 성 진사는 한이불 속에서도 무운을 건드리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이러한지 한 달여 만에 성 진사는 무운에게 말하기를“수일 후면 내가 동주로 떠나야 하겠구나”하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말했다.
“우리가 수삭이 지나는 동안에 한금침 속에서 함께 자고 먹고 하였으니 누가 너와 나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겠느냐?” “하오나 소녀는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기녀 무운은 울면서 말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나와 관계가 있다 하여 너와 자연 멀어질 것이니 그렇다면 네 생활이 점차 궁색해질 것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그 때는 내가 너에게 산수를 구경 다닐 적에 준 그림첩을 모아두면 근근이 생활을 할 수 있을 게다.”
성 진사의 자상한 이야기에 무운은 그제야 강계 부사의 분부를 받잡고 여태까지 성 진사의 뒤를 따랐던 것이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비로소 그 내막을 알았으나 성 진사는 별로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무운을 더 사랑하고 아끼는 표정이었다. 그전보다 더 친근하게 되어 며칠 사이에 매우 정이 두터워졌다. 그러나 마침내 성 진사가 동주로 발길을 돌리고 무운에게 이별을 고해야 할 시기가 왔다.
제공:책만드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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