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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와 ‘빨갱이’ 그리고 야구방망이
김수복 기자 / 입력 : 2010년 12월 13일(월) 13:55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김수복
르포작가 겸 칼럼리스트

 새는 왼쪽 오른쪽 두 개의 날개로 난다고 피를 토하는 음성으로 말씀하셨던 리영희 선생께서 가셨다. 어떤 사람은 ‘리영희야말로 편향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쪽으로 치우친 요컨대 ‘빨갱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대한민국에서 ‘빨갱이’라는 단어만큼 외설적인 것도 없다.

 외설이란 국어사전 식으로 풀이하자면 사람의 말초적 욕망을 자극하는 각종 표현쯤 된다 하겠다. ‘빨갱이’라는 단어가 외설인 까닭은 매카시즘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매카시즘이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단어를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동원해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 매우 낮은 수준의 정치행위를 뜻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리영희 선생에게 ‘빨갱이’라는 명찰을 달아준 사람은 박정희 정권이다. 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 사건을 일으킨 전두환이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그 뒤로 관제언론은 리영희라는 이름 석 자에 ‘빨갱이’라는 이미지를 덧칠하고자 많은 수고를 해 왔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프랑스 ‘르몽드’지는 선생에게 “메트르 드 팡세<사상의 은사>”라는 최고의 칭호를 부여했다. 우리가 눈이 가려서 알아볼 수 없는 보물을 외국에서 먼저 알아보고 우리에게 알려준 형국이다.

 오늘날에는 보편적 복지나 민족통일이라는 말이 아주 당연시되고 있지만, 박정희와 전두환 시기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예외없이 ‘빨갱이’로 몰려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 고초가 두려운 대다수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침묵의 길을 걷거나 아예 그쪽에 무릎을 꿇고 충성 맹세를 했지만, 리영희 선생은 두들기면 더욱 단단해지는 쇠처럼 9번의 연행과 3번의 해직을 당하면서도 보편적 진리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의 복지를 외면한 성장 위주의 정책은 필연적으로 특혜를 낳게 되어 있다. 그 어떤 일을 해도, 그 어떤 실수를 해도 손해보는 법이 없이 무조건 돈을 벌게 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오늘날의 재벌들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부를 축적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부동산 투기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국가 재산의 태반이 50대 재벌들 소유가 되고 말았다.

 SK그룹 후계자 최철원이 야구방망이로 노동자를 두들겨팬 뒤에 ‘맷값’으로 돈 2천만원 던져주었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를 못하게 되어 있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 투기밖에 없는데다가 어려서부터 돈 앞에 굽신거리는 사람들만 보아왔던 까닭으로, 뼈다귀 앞에서 침을 흘리는 개나 사람이나 다를 게 뭐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리영희 선생이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사회는 이런 동물 이하의 괴물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이 주인 노릇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돈 앞에 한없이 약한 우리는 이미 그들을 주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 고장 고창에도 규모는 작지만 그런 류의 천민자본이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켜볼 일이다.

김수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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