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0일 고인돌 회전교차로가 개통된 이후 50여 일이 지났다. 기존 회전교차로는 월곡교차로와 성두교차로가 있고, 앞으로 제하교차로, 군청 앞 오거리, 주곡교차등에서 회전교차로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고인돌 회전교차로를 중심으로 안전문제를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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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지점은 에스(S)자 모양으로 커브를 돌자마자 회전교차로가 보여 시야거리·제동거리 확보가 미흡하다. 운전자들은“감속장치가 이 지점에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창읍 방향도 비슷한 에스(S)자 형태다. |
고인돌 회전교차로, 안전문제 더 고려돼야
‘고인돌 회전교차로’가 지난 10월 20일(수) 개통됐다. 현재 ‘월곡 회전교차로’(고창읍)가 운행되고 있으며, 성두교차로(고창읍)는 회전교차로와 신호등이 함께 운행되고 있다.
군청 앞 오거리에 회전교차로를 조성하는 사업은 지난 11월 18일(목)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를 통과했다. 예산(전액 군비)이 확보되면 2012년에라도 실시할 계획이다. 사고가 잦은 제하교차로(흥덕면)와 주곡교차로(고창읍)는 회전교차로를 적용하기 위한 도로교통공단의 설계를 마치고 도로 관리청에 통보가 완료된 상태이다. 제하교차로는 국도여서 군비가 필요없으며, 주곡교차로는 군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5만6000여개의 교차로가 설치돼 있지만, 정부는 많은 경우 교통흐름이 비효율적이고 교통사고의 위험이 내재돼 있다고 판단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회전교차로 활성화 방안’을 정책 대안으로 내놓았다. 즉 회전교차로는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교통흐름이 원활해지며, 접촉사고는 날지언정 인명사고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창군도 14개소의 회전교차로를 더 설치하기 위한 사업예산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고인돌 회전교차로 어떻게 만들어졌나? 고인돌 교차로는 오거리가 될 경우 ‘사고를 부르는 교차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2008년 9월 오거리로 개통됐다. 이후 사망 2명, 중상 3명, 경상 22명 등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골칫거리 교차로가 되어왔다.
때문에 고인돌박물관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해리 방면으로 200미터 올라간 지점’에서 새로 개설하고, 기존 오거리를 사거리로 개선해 위험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이 방안은 오거리를 만들기 이전에도 고려됐던 계획이었다). 그러다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회전교차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됨에 따라, 고창군은 이 고인돌교차로에 회전교차로를 적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고, 총 사업비 5억원을 투자해 지난 6월 21일 착공해 10월 20일 완공했다. 완공한 이후 12월 8일(수) 현재까지 접촉사고 2건이 발생했고, 부상은 없었다.
회전교차로의 올바른 통행방법은? 회전교차로는 하나의 원칙만 잘 지켜지면 사고도 지체도 다툼도 없는 이상적인 통행방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하나의 원칙은 ‘회전차량이 진입차량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즉, ‘교차로 내에 진입하려는 차’가 ‘교차로 내 좌측방향에서 접근하는 차’에게 진로를 양보하는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교차로 내에 진입하는 차’는 반드시 우측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따라서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는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한다. 정지선에서 일단 멈추고, ‘교차로 내 좌측방향에서 접근하는 차’가 있는 지 살피고 난 후, 교차로 내에 진입해야 한다.
고창경찰서 김진욱 경장(교통관리계)은 “운전자들에게 회전교차로가 생소한 것은 분명하다”며, 회전교차로에서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이 회전교차로 진입 시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되고, 진입하려는 차는 반드시 (회전교차로를 살핀 뒤) 양보 운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전 로터리 방식은 진입차량 우선이고, 회전교차로는 회전차량 우선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운전자의 숙지를 당부했다.
고인돌 회전교차로에 문제는 없나?
첫째, 4차선인 15번 국도(해리↔고창읍)가 회전교차로를 중심으로 에스(S)자형 모양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4차선에서 속도를 내 달리다가 갑작스럽게 회전교차로를 만나게 돼, 시야 거리와 제동 거리 확보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내표지판·감속표지판이 있고, 감속장치도 깔았다.
하지만 택시운전자 A씨는 “회전교차로가 보이는 지점에서 감속장치가 깔려 있어, 자연스럽게 감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안내표지판도 에스자가 시작되기 전에 하나 더 설치해, 더 빨리 회전교차로를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해리방향, 고창방향 모두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군 담당자는 “실시설계 외의 예산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최대한 안전을 염두에 두겠다”라고 말했다. 전북에서 회전교차로 도입을 처음으로 주장한 전북도청 류창남 교통공학박사(교통물류과)는 “시야거리·제동거리 확보라는 차원에서 설득력이 있다. 회전교차로의 안전은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얼마나 속도를 떨어뜨리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둘째, 중앙교통섬 직경이 30미터인데, 지방지역 2차로에서 중앙교통섬은 35미터~42미터가 기준이라는 지적이다(회전교차로 설계 지침 참고). 택시운전자 B씨는 “손님들에게 회전이 급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버스나 트레일러는 더 돌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담당자는 “한국교통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의 자문을 받아 설계를 제대로 했다”고 말했다. 전북도청 류창남 박사는 “설계 지침은 준수해야 한다. 이 경우 2차로와 1차로가 교차해 애매한 지점이 있다. 하지만 2차로가 있으므로 교통섬이 35미터 이상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셋째, 역주행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인돌교차로에 대한 취재가 필요하다’는 제보를 받고, 고인돌교차로에서 차량운행을 지켜보자마자 역주행하는 차량을 발견했다. 고창경찰서 김진욱 경장은 “현재 차선표지병(차선에 박힌 벽돌만한 야광 안전시설물)이 있지만 언제든지 넘어갈 수 있으므로, 50미터 지점까지 차선규제봉(1미터 높이)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앙교통섬 둘레에 야광으로 우회전 화살표시를 해 운전자들이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돌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 담당자는 “고창경찰서와 도로교통공단의 요구가 있었고 내년 예산을 마련해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넷째는 회전교차로에 대해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인돌교차로는 기존 사거리에 고인돌박물관 진입도로가 끼어든 형국이어서, 차량들이 박물관 진입도로 지점에 몰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거리에 비해 접촉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다.
또한 고창자동차운전전문학원 정현호 원장은 “고창에서는 월곡회전교차로와 고인돌회전교차로가 있어 도로주행에 포함돼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포함돼 있지 않다”며 “실기시험에는 없고, 필기시험에도 통행방법이 다뤄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고창에 있는 면허학원에서는 다루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는 제대로 다뤄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운전면허시험에 회전교차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팜플렛, 회전교차로 단속, 주민 교육 등 운전자와 지역민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지점이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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