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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그림편지> 곤살로 모우레 글 페르난도 마르틴 고도이 그림 김정하 역 푸른숲주니어 |
문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은 휴대전화 같은 이동식 통신수단으로 하여, 다시 문자의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문자의 시작은 말로부터다. 동양이 오랜 시간을 갑골문으로부터 한자의 원형을 잡아, 독특한 상형의 세계를 문자 안에 담는 동안, 서양은 소리를 담는 문자 체계를 정교하게 완성해 갔다. 알다시피 서양알파벳이다. 우리 글자또한 소리글자다. 그래서 훈민정음, 한글을 동양의 알파벳이라 한다. 그러나 한글은 초중종성의 세로 층위를 가지며 상형성을 띠고 있다. 이것이 550살 청년문자 한글의 위력이다.
『아버지의 그림편지』는 스페인 작가 곤살로 모우레가 전하는 문자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판자촌에 사는 열 살 집시소년 마이토 판두로와 아빠가 나누는 우정의 편지 이야기이다. 감옥에 갇힌 아빠와 판두로를 잇는 고리는 ‘그림’이었다. 가난한 아빠는 아직 글을 깨치지 못한 것이다.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과 생활을 담은 아빠의 편지, 그에 화답하듯 판두로 또한 그림을 그려 제 마음을 전한다. 그림과 그림으로 나누는 속 깊은 이야기, 그 안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함께 살리라는 희망이 피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감옥에서 글자를 배운 아빠는 못생긴 손글씨로 판두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판두로는 그 ‘글씨’로 쓰인 아빠의 편지에 큰 상처를 받는다. 둘만의 언어가 아닌, 보편의 언어로 확장하는 순간, 비밀의 공간,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까지 구체적인 형상으로 만들어내는 ‘거창한’ 디지털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오직 ‘나’만의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방법, 여러분은 하나쯤 가지고 있는가? 그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어버이들에게 권한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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