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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기는, 농민들 심정
이대종 기자 / 입력 : 2010년 12월 27일(월) 16:28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이대종
고창농민회 사무국장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해를 넘기는 농민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2005년도에 조사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고창군 전체 농가는 11,883농가, 그 중 10,038농가가 쌀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8,647농가는 다른 작물을 다 합친 것보다 쌀농사를 더 많이 짓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1,300여 농가가 줄어 지금 고창의 전체 농가수는 10,300여 농가라 한다.
 많은 농가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어 포기하고 이농한 것이다.

 어찌되었건 통계자료에서 보듯이 우리 농업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는 실로 크기에 쌀농사는 농민들의 처지와 형편을 가늠하는 데서 중요한 시금석이 된다.

 사정이 어떠한가?
 “30년만의 대흉작, 쌀값은 20년 전 수준” 이것이 올 쌀농사의 성적표이다.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곳간과 지갑 모두 텅텅 비어 대출금 이자도 갚지 못할 형편에 놓여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우리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 농협을 상대로 지난한 투쟁을 벌여왔다.

 농민들은 정부에 대해 쌀대란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였고 그 중 핵심은 규모 있는 대북 쌀지원이었다. 정부가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반북대결정책을 중단하고 대규모 쌀지원에 나섰다면 어찌되었을까? 그러한 평화와 화해 국면에서도 지금과 같은 극단의 군사적 대결이 일어났겠는가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날치기된 정부 예산 가운데 직불금, 친환경농업, 농산물가격 안정·유통예산 등 순수 농업예산 4.7%가 깎여나갔으며 오직 4대강 관련 예산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농민의 생존은 안중에 없는 후안무치한 반농민적 정권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는 어떠한가? 

 농민들은 농가 소득감소에 따른 지원책으로 논직불금 증액, 밭직불제 실시, 쌀농가 경영안정자금 지급을 요구하였다.

 전북도청에서의 대규모 농민대회, 보름여간의 천막농성에도 불구하고 김완주 지사는 단 한 가지도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고창군청은 어떠한가?
 지난해 약속한 직불금 15억 증액 약속을 이행하지 않다가 거듭되는 항의에 직면해서야 슬그머니 7억을 경영안정자금으로 농가당 7만여원씩 지급하겠다고 한다. 애초 농민들의 요구는 반토막나다 못해 4분의 1로 줄어들고 말았다. 밭직불제 실시 요구는 예산상의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

 농협은 어떠한가?
 농민단체 대표들은 두차례에 걸쳐 관내 조합장들과 수매가 결정을 위한 가격협상을 벌였으나, 농협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내세우는 조합장들의 완고한 반대에 부딪쳐 농민들의 요구를 온전히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중 나락값이 40kg 가마당 44,000원에 이르고 있으나 조합장들은 43,000원으로 가격 협상을 마무리 짓자고 한다. 43,000원으로 하되 내년 2월에 추가 정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자는 거듭된 양보와 최소한의 요구마저 일방적 통보를 통해 거절하였다.

 결국 어느 누구도 생존의 위기에 처한 농민들에게 진정어린 관심을 돌리지 않고 있다. 돌아온 것은 차가운 냉대와 멸시, 무관심뿐이다.

 우리 농민들은 70년대 산업화, 근대화를 위한 저농산물 가격 정책과 의도적인 이농정책에 희생되었으며, 80~90년대 농산물수입개방, 최근의 각종 FTA에 의해 여전히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수출을 위해, 전체 나라경제를 위해 농업과 농민은 희생되어야 하는 존재였다. 이러한 악조건과 천대 속에서도 우리 농민들은 온 나라를 먹여 살려왔으며 여전히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튼튼한 뿌리이다. 이런 농민들이다.

 소수의 토건재벌과 땅투기꾼의 이익을 위해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탕진하는 현 정부에 대해, 저항하지는 못할망정 이에 편승해 이득을 누리면서 농민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적 요구를 묵살할 자격 그 누구도 없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하지만 우리 농민들의 투쟁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밭직불제 시행, 농협 수매가 인상 등 농민 생존과 자존을 위한 싸움은 결코 중단되지 않고 새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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