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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 내리던 장날> 안학수 시 정지혜 그림 문학동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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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와 어린이시는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막 어린이책 편집자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 배웠던 차이다. 명료하다. 동시는 어른이 어린이 마음으로(혹은 어린이에게 읽히기 위해) 쓴 시, 어린이시는 어린이가 스스로 쓴 시다. 시란 무릇, 자연과 삶을 더불어 대상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느낌을 일관성을 갖게 압축하여 운율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노래 같다.
노래에는 시가, 시에는 노래가 숨겨있다. 우리 어버이들은 살아있는 시인이었고 가수였다. 논과 밭, 일터에서 부르는 일노래(노동요)며, 상여를 지거나 혼례마당에서 그에 맞는 의례를 치르면서 부르는 노래에서 그렇다. 그 자리에서 모두가 시인이 되고, 가수가 되었다.
세밑이다. 한해를 보내는 마음이 사람마다 천가지만가지다. 그 마음은 어쩌면 우리가 맺었던 관계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사람끼리, 특정한 시간과, 특정한 공간과 나누었던 관계에서 온다.
안학수 시인의 새 동시집 『부슬비 내리던 장날』이다. 그의 시에는 갯벌이 감싸고 있는 우리 고장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엿보여 더욱 정겹다.
수영도 못하면서/ 벌거벗고 나왔구나.// 아무렴,/ 진흙 갯벌에서 놀 땐/ 옷을 벗어야 더 재미난다.// 늘 개흙을 바르고 지내니/ 살결이 맑고 보드랍구나.// 알몸이 부끄러운지/ 진흙 속으로 파고들지만/ 나는 이미 다 보았다.// 손발이 달리지 않았어도/ 지느러미가 없어도/ 흠도 티도 없는 네 몸//
다사다난한 한해를 마감하는 2010년 세밑에서 우리 한해동안 맺은 관계의 아름다움 혹은 슬픔을 떠올리는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들에게 권한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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