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사 일주문 초입에 펜션조성여부로 논란을 겪고 있는 ‘신기 팜스테이 빌리지 조성사업(이하 펜션사업)’이, 고창군이 공문을 통해 ‘(펜션조성) 부지 위치를 변경하겠다’고 알려옴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초 문수사 초입에 펜션사업 착공식에 이어 터닦기 공사가 진행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문수사는 불교계 등과 연대해 ‘문수산 생태와 문수사 문화재보호, 수행환경수호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고창군·문화재청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주변 관계자들은 서둘러 지난 달 23일(목) 군수, 선운사·문수사 주지가 함께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다. 하지만 만남 직후 ‘(어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이번 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24일) 고창군 쪽에서 ‘위치를 변경하겠다’고 선운사 쪽에 알려오고, 27일(월) 공문을 통해 ‘현 위치를 변경하고, 문수사와 마을주민들 협의 후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공문에서는 펜션 위치 변경의 이유를 ‘사업대상지는 천연기념물 제463호 문수사 단풍나무숲과 연접지로 문화재 보호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군 관계자에 의하면 ‘(행정소송 건은, 관련법령을 충분히 검토한 뒤) 문화재청 허가를 맡아 법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주민들 갈등으로 계속 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과 문수사가 서로 협의를 통해 (다른 부지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고창군의 전향적인 결정에 대해, 12월말 선운사 관계자는 “보내온 공문을 확인했다. 행정소송 취하여부 등에 대한 판단은, 1월 초 예정된 대책위 관련회의에서 보고 등을 거쳐야 알 수 있다”고 전했고, 오종근 추진위원장(신기 팜스테이 빌리지 조성사업 추진위원회)은 “최근 마을회의 등을 통해 의논 중에 있어, 아직 답변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기 팜스테이 빌리지 조성사업’ 등 전북 14개 시군의 전북향토산업만들기를 조율하며, 컨설팅·모니터링·교육 등의 역할을 맡고 있는 민·관지원기구인 전북마을만들기협력센터 임경진 정책기획국장은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일방적 추진이나, 단편적인 봉합이 아닌 원점에서 지역주민과 문수사가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마을공동체의 단합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이월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명확한 이유가 있으면, 김제나 부안처럼 명시이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