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만약 한양으로 사또를 모시고 간다 하오면 홀로 사느니만 못하오리다. 차라리 지금 이별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옵니다.” 그녀는 이 부사와 작별을 하고 그 길로 자기의 고향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로부터 140여 년 후, 이 부사는 날개 돋친 듯이 출세를 해 병조판서가 되었다. 소식을 듣고 무운이 이 판서를 찾아왔다. 이 판서는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기 위해 한자리에 동침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무운은 이상하게도 한사코 거절하는 것이었다. 막무가내로 듣지 않는 무운에게 이 판서는 까닭을 물었다. “어인 연유인가?” “예, 다름이 아니옵고 바로 사또를 위해 수절을 하는 중이라 절대로 허락할 수 없사옵니다.” “허허, 그건 또 무슨 괴이한 말인고? 나를 위하여 수절하기로 결정한 사람이 어찌 나를 거절하느냐?” “이 사또께옵서 강RP를 떠나신 후부터 남자와는 살을 섞지 않기로 마음속에 맹세하였나이다. 그러하와 사또의 청을 들어드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부터 무운과 이 판서는 같은 방에 동거했으나 서로 담담하게 지낼 뿐이었다. 1년이 자나자 무운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후 이 판서가 상처를 하자 무운이 찾아와 조상을 하고, 얼마 동안 한양에 머물다가 또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수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이 판서가 죽자 어떻게 알았는지 무운이 올라와서 역시 치상을 마친 후에 고향으로 돌아가 호를 운대서라 하고 여생을 독신으로 살아갔다.
손은주(작가. 전북 정읍 출생, 전주여고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전공. 현재는 정읍시청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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