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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일 전교조 고창지회장 고창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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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육부’)는 지난 해 초 교원평가제 정책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교원평가제 매뉴얼’인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교사들은 매년 1회 이상 동료 교사 평가와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받게 하였다.
교사들은 동료 교사 평가를 위해 지표별로 2∼5개 문항으로 이뤄진 총 2-30문항 정도의 설문에 응해야 했고, 교장과 교감에 대한 평가는 학교경영, 교원인사 등 8개 지표를 기준으로 진행되었다. 학생과 학부모 또한 교사에 대해 생활 지도와 학습 지도 등 여러 지표별로 길고 길 문항에 따라 온라인상으로 설문에 응하였다.
평가는 문항별로 1∼5점까지 매기도록 되어 있었으며 절대평가 방식이었다. 평가 결과는 지표별, 평가자별 환산점수의 형태로 해당 교원에게 통보되었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일방 독주라며 일제히 반발했었지만, 교원 평가는 표본 학교만으로, 때로는 일부 항목을 생략한 채 파행적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정치권과 공동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법제화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성급한 결정이라는 것도 문제였지만, 진행 과정은 그야말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한심한 양상을 보였다. 교원 평가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학내 생활 지도 담당 선생님들만 무더기로 미흡 교사로 평가되기도 했고, 홍보 부족으로 인해 몇몇 학생과 학부모만 참여하는 결과를 토대로 미흡 교사를 선정하는 등 그동안 우려했던 내용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특정 교원에 대한 탄압의 도구로 이용, 해당 교사에게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연수 대상자로 지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 12월 17일, 그동안의 평가 내용을 수합하더니, 일정한 평가 수치에 도달하지 않은 교사를 대상으로 강제 연수를 오는 1월 10일부터 실시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였다. 오, 감탄이 나올 정도의 신속하고도 상식 이하의 결정이었다. 아예 평가에 불참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학교 구성원조차 일부만 참여한 결과로, 더구나 단위 학교 내에서조차 합리적 결정 단계를 생략한 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짧게는 60시간, 길게는 6개월 간의 ‘능력 향상 연수’를 강제 실시한다고 언론에 자랑스럽게 발표한 것이다.
본래 평가라는 것이 대상자 간의 줄을 세우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평가 대상자의 미흡한 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시도라고 본다면, 이 평가는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미운 소리 들어가며 생활 지도에 임했던 선생님들은 매우 낙담한 채 어디에 하소연조차 못하고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작년에는 적지 않은 수의 시도 교육청이 합리적인 교원 평가제를 위해 현장의 교사들과 함께 협의체나 담당 팀을 만들어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이를 무시하며 서둘러 ‘미흡교사’를 만들어 낸 교육부는 과연 무엇을 노린 걸까? 미안한 얘기지만 교육부의 의도는 학교 현장의 전문성 제고에 있지 않는 것 같다. 학교 현장 ‘장악’과 ‘통제’가 그들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핵심 아이디어인 것이다. 교육부는 알아야 한다. 현장이 신나고 힘이 있어야 진정한 교육 개혁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교육 현장에 문제가 있다면 그 해결의 열쇠 또한 교실에서 직접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학교 교사들의 자율성과 해결 의지에 있다는 것을….
교육부는 두고 보시라. 우리 교사들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희생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찾는 행복한 교육 현장을 만드는 장면을, 그래서 애초부터 ‘교육’이라는 것이, 아이들의 ‘삶’이라는 것이 ‘점수’나 ‘숫자’로 좌지우지될 것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과 ‘신뢰’에 있다는 것을 반드시 두고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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