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올해 유례없는 흉작으로 나락의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쌀값이 상승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신속하게 사후정산을 통해 쌀값을 동결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각 지역별로 농민들과 농협이 함께 수매가격을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농협중앙회가 일방적으로 기한을 정해놓고 쌀값조정을 끝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설명서를 발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협중앙회는 이 공문을 폐기하고, 쌀 대란 대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고창군에도 ‘시중가 44,000원인데 수매가는 43,000원, 조합원 생계 무시하는 농협을 규탄한다!’, ‘시중가 오르는데 수매가 동결 지시 왠 말이냐? 농협중앙회 규탄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사진 참조)이 걸렸다.
고창군에서는 지난 12월 20일(월) 농협조합장, 고창군농민회(이하 농민회), 한국농업경영인 고창군연합회(이하 한농연)가 모여 쌀값 협상을 진행했다. 이 협상에서 농협은 4만3천원(40kg당)안을 제시했고, 농민단체는 4만4천원안을 제시했다.

 농민회 이대종 사무국장은 “최종적으로 4만3천원에 2월 추가정산안을 제시했고, 조합장들이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운산농협 오양환 조합장은 “제안은 받았지만 동의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의록은 작성되지 않았다.

 그 다음날 21일(화) 농협중앙회 양주용 지부장은 “나락값을 4만3천원으로 결정했다”며 한농연 신연수 회장과 농민회 김용태 회장에게 통보했다. 그리고 12월말 출하 농민에게 나락값 4만3천원을 지급했다.

 이동현 고창군농협연합회장(대성농협 조합장)은 “농민단체들이 그렇게 받아들일 지는 모르겠으나 관내 조합장들은 4만3천원으로 결정했다. 그 당시 시세에 비춰볼 때 적절한 금액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관내 농협들은 나락을 포함해 농산물을 출하한 농민에게 사업준비금, 이용고배당 등을 통해 간접 배당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농연 신연수 회장은 “농협으로부터 나락값이 4만3천원으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시세는 계속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농민회 김용태 회장은 “나락값은 더 오를 것이다. 하지만 농협이 지난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수매가격을 4만3천으로 동결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해 흉작으로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된 상황에서 반드시 쌀값 인상이 필요하다. 2월 추가협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농민회 이대종 사무국장은 “시세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농협중앙회가 가격을 동결시켜 이익을 보겠다”는 것인데, “농협중앙회의 이런 반농민적인 정책에 지역농협이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 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논의됐던 농민·농협·행정 등이 주체가 된 지역협의체는 구성되지 않았다. 농협·농민회·한농연의 나락값 협의는 두 차례 진행됐지만, 농협측에서 4만3천원이란 가격을 통보했고, 농민단체가 주장한 2월 추가협상은 흐릿한 상황에서, 농협과 농민이 쌀값을 속시원히 결정하지 못하고 결국 미진한 채로 남겨졌다. 

김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