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고창초·고창남초의 통학구역>
|
입학 시즌이 돌아오면 고창 학부모들 사이에선 살벌할 전쟁이 벌어진다. ‘내 아이를 고창초에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전쟁 말이다. 초등학교는 통학구역에 있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게 맞지만, 고창에 살고있는 사람이라면, 주소 이전을 해서라도 고창초에 아이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가 많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러한 의식은 고창읍에서 특히 심하고, 고창읍에서 멀어질수록 약해진다.
고창읍으로 좁혀보자. 이것은 표면적으로 고창초와 고창남초의 학생수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올해 입학생으로 따지면, 고창초는 고창남초보다 4배가 많고, 고창군 전체 입학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본지 128호 9면, 129호 9면 관련 기사 참조). 이렇게 고창초에 학생이 몰리니, 아예 학구조차도 고창초로 몰려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가 새로 생기면, 고창초 학구 지정이 옵션이 된다. 현재 고창초 학구에 살고 있는 주민수는 고창남초의 6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학부모들이 고창초에 몰리는 것이 현실이라 하더라도, 고창초는 (고창남초에 비해) 학생수가 많아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고창남초는 (고창초에 비해) 학생수가 적어서 생기는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봉인하면 발전도 없다. 김규령 교육의원(정읍·고창·부안)은 “이 문제를 해결해서 두 학교 모두 지금보다 더 좋은 학교가 되면 학생·학부모·지역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규령 교육의원은 작년 11월, 고창교육지원청 행정사무감사에서 “고창초와 고창남초의 학구 문제를 고창군 전체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김규령 의원은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기존의 학구조정협의회도 있고, 필요하면 교육청을 중심으로 학부모·군의원·행정 등이 지역협의체 같은 것을 만들어, 지혜를 모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은 있는가
학구조정, 공동학구, 특성화 학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학구조정’은 고창초 학구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공동학구’는 고창초 학구의 일부를 공동학구로 지정해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공동학구를 지정해, 학생수의 과밀·과대를 해결해 가고 있다. ‘특성화 학교’는 전국대회에서 25년 연속 대상을 차지한 부안초(부안군 소재) 관악부처럼, 고창남초를 특성화학교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김규령 교육의원의 주장대로 “교육청을 중심으로 학부모·교직원·군의원·주민이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민감하고 예민하고 어려우니, 그냥 덮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고창남초 여병철 교장은 “우리 학교 자체만 놓고 보면, 고창남초의 학생수는 적정하다고 본다. 하지만 고창읍 차원에서 보면,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볼 때, 언제나 교육의 질이 당면과제이며, 학생수는 별개의 사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여러 방안들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창초 엄기덕 교장은 “학생수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큰 학교는 외형은 화려해 보이지만, 교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 학생에게 쏟는 교육의 총량은 작은 학교에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고창초와 고창남초는 지금보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고창의 백년대계가 걸린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고창초와 고창남초의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각 학교 운영위원장에게 학부모 대표가 아닌 학부모 개인의 입장에서 의견을 들어보았다.
고창초 박제철 운영위원장은 “학생수 불균형에 따른 문제는 인식하고 있다. 고창남초의 교사·학부모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고창남초 김상화 운영위원장은 “고창초가 특성화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공동학구도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고창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더 좋고 안정된 교육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이다”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