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장성(長城)을 잇는 지름길로 가르마를 탄 솔재길은 삐틀삐틀한 솔밭사이의 샛길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서해안 방비의 군사적 요샛길로 뚫린 신작로가 되었고
사거리(四街里)로 돌아가는 양고살재길이 광주목(光州牧)이나 나주진영(羅州鎭營)에 이르는 역사의 정로(正路)라면 신흥리(新興里)로 통하는 솔재길은 샛길이어서 길동무 얻기가 여간 어려웠다 그러나 솔재마루는 용단호장(龍短虎長)의 육갑(六甲)이 아무리 둔갑을 하드래도 고창(高敞)의 등양지향(登陽之向)으로 언제나 서기(瑞氣)를 안겨주곤 하였다
방등산(方等山)의 같은 산(山)자락이지만 양고살재 길목의 뫼등에는 명당자리가 귀하지만 솔재자락 등성이엔 줄묘가 서 내려왔다 구한말까지만 해도 산적이 두려워 몇사람씩 무리를 지어야 넘나들던 가파른 고개길로 통큰사람 말고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지루한 고개마루였다
요즈음엔 사거리 고갯길보다 신흥가는 솔재길이 근접한 교통의 요로가 되어 우리에겐 더없이 편리한 동녘 고개마루요 고갯길을 쉬어 넘는 과객들을 위해 다순철엔 휴게소까지 생겨나 추억의 낭만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아! 솔재길이여 의병들이 광주헌병대에 끌려다닐때 이 고장의 역사를 주름잡아 온 한 맺힌 고갯길이여
이기화(고창지역학연구소장)
※용단호장(龍短虎長) - 용(龍)은 진방(辰方)이며 호(虎)는 인방(寅方)이라는 뜻으로 진방(辰方)은 겨울철의 해돋이 방향을 가리키고 인방(寅方)은 여름철 해돋이의 방향을 가리킨다. ※등양지향(登陽之向) - 해돋이의 정방(正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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