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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렁 뎅 둥그렁 뎅》 김종도 그림 창비출판사, 2008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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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는 노래가 있었어요. 이야기에 슬쩍 실은 운율, 힘겨운 삶의 비탈을 조금 누그러뜨려주는 몇 안 되는 위안이었죠. 그래서 노래는 우리 삶의 전반에 스며 있었는지 몰라요. 산과 들, 바다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에서든 놀이에서든 의례에서든 노래가 끊이지 않았으니까요. 그 증거를 담은 책이, 바로 『둥그렁 뎅 둥그렁 뎅』이라는 그림책이에요.
이 그림책의 바탕이 ‘둥그렁 뎅 노래’랍니다. ‘황새란 놈은 다리가 길어/ 체부배달로 둘레라/ 얼사덜사 잘넘어간다’ 흥얼흥얼 한번쯤 들어본 양, 귀에 익지 않나요? ‘둥그렁 뎅’은 조선시대로부터 일제강점기는 물론 1960년대엔 대중가요에까지 등장했다고 하네요. 일부지역에서 불리던 노래가 아니라, 울릉도같은 섬을 비롯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불리던 노래랍니다. 마치 ‘아리랑’ 같은 노래였대요. 또 우리 고창에서는 강강술래 노래로도 불렸다고 해요. 책의 뒷부분에 ‘고창’이라는 반가운 지명이 고스란히 적혀있죠.
그림을 그린 김종도 작가는 가까운 정읍에서 태어난 화가예요. 언제부터 길렀는지 수염이 멋드러진 털보에다 허허 웃음이 참 소탈한 옆집 아저씨랍니다. 지금은 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을 맡아 예술가들의 목소리로 세상에 이야기를 보테고 있답니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은 보름달을 등지고 수많은 동물들이 사람처럼 등장해요. 보름달 탓에 등장인물들이 실루엣으로 혹은 그림자처럼 선명하게 드러나게 했어요. 한지를 바탕으로 놓아, 노래처럼 옛 정취가 가득해요.
『둥그렁 뎅 둥그렁 뎅』이 매력적인 이유는 노래를 그림책으로 옮겼다던지, 독특한 그림풍 때문만은 아니에요. 노래에 담은 내용이 도드라져서예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온갖 동물들이 제 타고난 자랑(장점)을 살려, 맞춤한 쓰임새(일, 직업)로 자연스럽게 의인화되고 있어요. 예부터 어른들은 ‘사람은 모두 타고난 바가 있다’고 했지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오로지 ‘대학입학 점수’ 하나로 그 타고난 바를 측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노래가 우리 삶에서 사라져, TV나 노래방으로 가버린 것처럼요. 그래서 이렇게 ‘타고난 바’를 잘 살려 살으라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참 반가워요. 더구나 우리 눈과 귀에도 익숙한 노래로, 그림으로 말이에요.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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