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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 그웨바엘 불레 등 지음, 장석훈 옮김 푸른숲 출판사 / 2003년 |
시민군,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나이 많은 교수님이 제자들을 부를 때, 아무개 군이라고 부르지요. 시민이라는 이름의 학생에게 ‘군’을 붙여 부른 호칭일까요? ‘총과 칼 같은 무기로 무장한 시민’을 말합니다. 근대 유럽 민주주의의 뿌리에는 시민군이 있었어요. 우리에게도 시민군이 있었어요. 1980년 광주에서 군부독재에 항거해 무기를 들었던 ‘시민군’이 있었지요. 시민군의 저항은 ‘죽음’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 힘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커다란 바탕으로 살아났지요.
오늘 소개하는 『남자와 여자』는 ‘세계 어린이와 함께 배우는 시민 학교’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에요. ‘시민=민주주의’라는 등식에는 시민들이 흘린 고귀한 ‘피’가 배어있어요. 민주주의가 정치와 경제, 문화와 사회 모든 부문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했어요. 한사람, 혹은 그를 둘러싼 작은 집단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시대, 그 독점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싸움’이 필요했답니다. 권력의 달콤함과 싸움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민주주의란 그 한번의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에프터서비스’가 필요해요.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해요. 그 공부는 가정에서부터 학교, 나아가 직장과 같은 사회에서도 계속 되어야 해요. 정치와 경제의 ‘독점’은 권력의 달콤함 같은 것이어서, 늘 우리 사회를 유혹하거든요. 그래서 ‘시민학교’예요.
시민학교 시리즈는 폭력, 차이, 돈, 학교, 가족, 환경, 그리고 이 책 ‘남자와 여자’까지 모두 일곱 개의 키워드로 짜여있답니다. 『남자와 여자』를 볼까요? 표지로 뽑아 올린 몇 줄의 글귀를 볼게요. “너도 내가 궁금하니?”, “여자와 남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여자와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고,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나요?”, “서로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질문을 풀어가기 위해, 동화처럼 상황을 제시하는 ‘엿보기’와 그 상황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들여다보기’, 그리고 바로 ‘나’의 상황에 대입하는 ‘만약 나라면…’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이제 막 상대의 성(性)에 궁금증이 일어난 어린이 친구들뿐 아니라,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성의 차이와 역할에 대해 쉽게 풀어주고 싶은 어른들에게 권합니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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