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이 지난 11일(금) 국회를 통과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속도전으로 밀어붙였고, 민주당은 농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찬성 210명, 반대 14명, 기권 17명이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 산하에 경제지주회사·금융지주회사 설립 ▲금융지주회사 산하에 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 설립 ▲경제사업 활성화 규정 마련 ▲정부의 부족자본금 지원 ▲정부의 세금감면 지원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실시 등이다.
전국 1,180여 농·축협 조합장 선거는 2015년 3월 둘째주 수요일인 11일,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새 농협법은 조합장 임기가 (2015년 3월 20일 기준) 2년 이하 남으면 임기가 자동 연장되고, 2년 이상 남으면 선거를 치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고창군의 6개 조합장의 임기는 늘어나고, 1개 조합장의 임기는 줄어들게 됐다. 고창농협(조합장 유덕근)은 2014년 2월, 고창부안축협(조합장 김사중)은 2013년 6월, 대성농협(조합장 이동현)은 2014년 11월, 부안농협(조합장 김광욱)은 2014년 11월, 선운산농협(조합장 오양환)은 2013년 6월, 해리농협(조합장 김재찬)은 2013년 4월로 임기가 완료돼야 하지만, 2015년 3월 20일까지 임기가 자동 연장되는 것이다. 적게는 4개월, 많게는 1년 11개월 늘어났다.
흥덕농협(조합장 백영종)은 2012년 3월에 조합장 선거를 치러야 하고, 따라서 차기 조합장은 임기를 1년 정도 손해보게 된다. 새 농협법은 이처럼 임기를 손해보는 조합장은 3회 연속 연임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조합장은 3회 연속 연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번 농협법 개정의 핵심은 신·경분리였다. 즉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강기갑 의원은 “신경분리는 했지만,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농협중앙회를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회원조합·작목반 등 마을 읍·면·시·군의 조합원 조직이 모여, 생산에서부터 구매까지, 가공에서부터 판매까지, 농민이 주인되어 농산물 유통체계를 만들자는 것이 농협법 개정의 핵심인 경제사업 분리였다. 하지만 그 경제사업이 이제는 조합원 조직이 아닌 지주회사로 가 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곽길자 전농 정책국장은 “농협중앙회 산하 신·경분리가 아니라, 농협중앙회 자체를 신·경분리하자는 것이 우리 주장이었다. 농협중앙회 산하에 있다면 농업중앙회 권력은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개혁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다. 가짜 신·경분리를 통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버리고, 농협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12년 3월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가 만들어지게 된다. 즉 농협이 돈 굴리는 기관과 농산물 파는 조직으로 나눠지는 것이다. 하지만 농협이 이런 방식으로 신경분리가 이뤄진다면 지역농협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농협협동조합노동조합연합회(이하 전농노련) 관계자는 “지역농협도 사업법인과 유통센터가 있다”며 “농업중앙회가 사업법인과 지주회사 형태로 사업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자금력과 유통망을 갖고 할 것이기 때문에 지역농협은 경쟁이 되지 않아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조합에 수익을 나눠준다고 하지만, 지주회사와 지역농협의 경쟁을 통해 지역농협의 기능은 약화될 테고, 지역농협과 농민들에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넘어갈 것이다. 현재 목우촌과 하나로마트, 중앙회지점 등의 확장을 보면 지역농협의 미래가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전국 1,180여개 지역농협은 농업인의 자발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농노련 관계자는 “현재 지역농협은 1,180여개 정도이지만, 정부가 1차 농협법 개정 당시 500여개 정도로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이후 지역농협 간의 합병을 권고하기도 했기 때문에 통폐합은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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