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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시공주니어 / 2002년 출판 |
‘이런 짐승만도 못한 놈!’ 분통이 터질 때 내지르는 소리 가운데 하나예요. 상대를 경멸하며 던지는 말이랍니다. (이런 말 마구 쓰면 안 되겠죠?) 이 때 말하는 ‘짐승’은 하찮은 대상, 좋지 않은 의미로 쓰여요. 그런데 그 짐승만도 못하다니. 오죽했으면 이렇게 말할까, 말한 사람만 탓할 게 아니라 그런 말 듣는 사람도 어떤지 한번 따져볼 일이네요.
우리 가까운 짐승하면, 가축이지요. 반려동물로부터 소, 돼지며 닭, 오리도 마찬가지죠. 우리와 오랫동안 울타리 안에 살아온 존재입니다. 이제 겨우 구제역이 진정되어간다니, 참 다행입니다. 겨우내 우리 산천은 생때같은 그 존재를 산 채로 거두어야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필 책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예요. 맥스라는 주인공 꼬마가 엄마와 다투고 방에 갇혔는데, 난데없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이야기예요.
그림책 안에는 사람같이 걷고 놀고 고민하는 괴물들이 나옵니다. 이것을 ‘의인화(擬人化)’라고 해요. 마치 사람인 것처럼 그렸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 아닌 대상을 사람처럼 그리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 ‘만물에 각각 제 의미가 깃들었다’는 것이지요. 특히 어린 아이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동물과도 흙과도 산과도 물과도, 심지어 과자하고도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이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또한 우리를 둘러싼 것들과 대화를 나눠왔어요. 우리는 그 시절을 신화의 시대라고 선을 그어놓았죠. 선악과를 먹고 에덴에서 걸어 나온 그때, 혹은 우리가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며 외톨이가 된 그 이후부터 우리는 그 대화상대를 잃었던 거지요. 수백만 마리 가축을 파묻어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우리처럼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그 대화상대를 다시 복원하자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어요.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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