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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 유점동 (전 고창전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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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를 가리켜 의식주(衣食住)라 한다. 보호와 예의를 위한 옷,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음식, 가족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말함인데, 본래의 뜻이 생명유지와 기능성,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졌었다면 현재의 인식은 즐김과 미, 그리고 개성의 표현 내지는 유지에 있다하겠다.
조선후기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역은 규합총서(閨閤叢書)는, 우리나라 의식주에 관한 문제들을 정리, 체계화한 책이다. 장 담그는 법, 음식 만드는 법, 길쌈 기술, 논밭을 일구고 가축을 기르는 방법 등이 총망라 되었다. 더하여 아기 기르는 법, 건강관리, 심지어 무당에게 속지 않는 방법까지, 방대한 내용을 소상하고 쉽게 풀어쓴 훌륭한 실학서다.
우리나라는 기후와 풍토가 농사짓기에 적합하여 신석기 후반부터 농경이 시작되었고, 그에 따라 곡물은 한국음식문화의 중심이 되었으며, 밥 뿐만 아니라 반찬에 대한 연구도 함께 계속되어 주식과 부식을 분리한 일상식이 형성되었다. 특히 반찬의 선호가 높아져 참맛을 찾는 인식으로 변천해왔다.
추사 김정희는 맹자의 군자삼락을 빗대어 인생을 살아가는데 세 가지 즐거움을 일독(一讀), 이색(二色), 삼주(三酒)라 했다. 이를 본 호사가들이 추사의 일독(一讀)을 일식(一食)으로 바꿔 식색주(食色酒)를 인생삼락이라 우스갯소리를 한다. 음식은 식도락(食道樂)이란 말이 있듯이 단순히 먹을거리로 치부할 수는 없다. 맛있고 좋은 음식이 있으면 불원천리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이 그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옛사람들은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 해서 의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관념으로 맛을 즐기고 더불어 보신(補身)과 장수(長壽)를 포함하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몸에 이로운 재료를 발전시켜 왔다.
이와 같은 의식은 지역마다 또는 집안마다 고유의 맛을 대대로 이어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호남지방은 넓은 들판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재료에 의해 얼큰하고 감칠맛 나는 음식문화가 뛰어났으며, 호남의 중간지대이면서 바다를 끼고 있는 고창은 오래전부터 전통과 고유의 맛이 꽃피워 온 고장이기도 하다.
음식점의 음식은 ‘주 메뉴’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밑반찬이 좋아야하고, 관심과 정성이 있어야하며, 참맛을 지키기 위해 끝없는 연구가 있어야 하는데, 전통 맛을 잃어버리고 서구화 또는 국적불명의 이상한 맛으로 흐르고 있음은 유감이다.
손님이 와도 마땅히 찾을만한 식당이 없다는 푸념과 식사 한 끼 하려고 영광과 법성포를 찾는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밑반찬에 고유의 맛이 변형되었는지, 손님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나 남 보듯 무심하지는 않았는지, 다른 지방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비교해서 배울 것은 배우고 본받을 것은 본받아야 할 것 같다. 행정관서에서도 행정지도를 통해 고창 전통의 음식 맛을 높이는데 일조해야 한다. 그리하여 철새가 몰려오듯 수많은 사람들이 맛을 즐기러 고창을 찾는 날이 하루 속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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