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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블루보리 왕자》 오채 글·오승민 그림 문학과지성사 출판사 2010년 9월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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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견인’했다는 이른바 ‘경쟁 원리’는 한 치 거리낌 없이 이기는 편과 지는 편을 가른다. 무참하다. 그 무참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전쟁불사, 기를 쓰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말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하여 고전까지 들먹인다. 아무튼 참고 견디라 한다. 고전까지 그러하다니, 경쟁이 즐거울 까닭이 없다. 성장통(成長痛)을 말할 때, 그 통증은 어쩌면 친구들과 겨루어야 한다는 부담, 이기고 난 뒤의 미안함과 안타까움, 지고 난 뒤의 자책 같은 것이 아닐까. 이래저래 경쟁은 참 쓰디쓰다.
‘어린이책에서 찾은 달디 단 경쟁이야기’ 하면, 백에 아흔아홉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같은 기획동화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백에 남은 한 가지 이야기다. 학교 가는 길 과일가게에 나타난 시베리안 허스키를 둘러싸고 두 아이가 벌이는 ‘이름 붙이기 시합’이 큰 뼈대다. 풀어보면 ‘개 이름 붙이기 쟁탈전’이다.
한솔은 ‘왕자’라는 이름을, 민지는 ‘블루베리’라는 이름을 지어 개 이름 짓기에 응모한다. 이름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발음이 섞여 블루보리가 되었지만, 이름 공모 사실을 알아챈 것도, 이름을 지어서 과일가게에 가는 것도 늘 경쟁자 민지에게 한발 늦는 한솔. 게다가 체육 시간에 남녀 피구에서 최후의 한 사람이 되었지만, 공에 맞아 코피를 쏟는 수모를 겪는다. 그것도 민지한테.
두 경쟁하는 아이들은 생활의 모든 면에서 겨룬다. 우여곡절 끝에 한솔이 지은 이름 ‘왕자’로 개 이름이 결정 난 뒤에도 그 겨루기는 그치지 않는다. 민지가 마지막 승부를 걸어온 것이다. 그것도 제멋대로 자전거 시합이란다. 어려서 사촌형이 몰던 자전거에 발이 끼어 다리가 불편하게 된 한솔에게는 매우 불공정한 시합이다. 드디어 결전의 날. 한솔은 이 불공정한 시합에서 보란 듯이 민지에게 지고 만다. 자존심이고, 남자 체면이고 없다. 내 ‘왕자’를 빼앗길 수 없다. ‘이 시합은 무효야!’
시베리안 허스키 이름 붙이기 쟁탈전은, 두 경쟁자가 합의한 새로운 이름, ‘블루보리 왕자’로 대단원을 맞는다. 그리하여 ‘나의,’는 ‘우리의,’로 확장한다. ‘나의, 블루보리 왕자’. 나만의 친구가 아니라 우리의 친구. ‘같이’ 나눈다는 가치를 통해 ‘즐거운 경쟁’의 단초를 찾는다. 이것이 즐겁게 경쟁하는 놀이방식, 아곤(Agon, 경쟁놀이)이 가진 힘이다. 경쟁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행복한 결말을 지을 수 있구나 생각하니, ‘승부를 겨루는 경쟁방식’의 장렬한 최후를 알아차려가는 아이들이 떠올라 반갑다.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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