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환경부는 지난 26일(화) “람사르협약사무국이 고창군 운곡습지와 제주시 동백동산습지를 지난 21일(목) 람사르습지로 신규 지정해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국내 습지는 14개에서 16개(총면적 145.6㎢)로 늘어났다. 고창군에는 기존 고창갯벌과 함께 람사르습지가 두 곳으로 늘어났다. 람사르협약의 본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으로, 현재 160개국의 1929개 습지가 이 협약에 등록돼 있다.
아산면에 운곡리(오베이골)에 있는 운곡습지(1.797㎢)는 과거 계단식 논으로 개간돼 전형적인 습지훼손지역으로 취급됐지만, 생태계의 회복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원시 습지 형태로 복원된 경우이다. 지대가 낮은 곳에서부터 지대가 높은 산지까지 소택지(沼澤地, 늪이나 연못 등으로 둘러싸인 땅)가 발달한 전형적인 ‘산지형 저층 습지’이다. 멸종위기종(수달·삵·말똥가리)과 천연기념물(수달·붉은배새매·황조롱이) 등 식물 459종, 포유류 11종, 조류 48종, 양서·파충류 9종 등 총 549종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에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고창군은 운곡습지의 체계적인 보호를 위해 예산 90억원(국비 45억원, 군비 45억원)을 들여, 교란식물 제거, 습지체험센터 조성을 추진 중에 있다.
고창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고인돌유적을 중심으로 선운산도립공원,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고창갯벌과 운곡습지, 인천강 연안습지, 명사십리 등을 연계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번 람사르습지에 국내 2개 습지가 추가 등록된 것을 계기로 국내 랍사르습지 16곳에 대한 생태계 정밀조사 등 습지보전활동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운곡습지는 기존의 경작지역이 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묵은 논이 발생하고, 이후 원래의 자연환경으로 복구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매우 희귀한 사례”라며 “훼손된 다른 습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기에 학술적·생태적·지역문화적 차원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라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또한 생태지평 이승화 연구원은 “정부의 습지보호 의지는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지자체가 람사르습지 지정 등을 치적으로 삼다보니, 지자체별로 습지를 관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지정 이후 지자체가 어디냐에 따라 심각한 관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체계적 관리를 요청했다. 또한 “내륙습지는 환경부, 연안습지는 국토해양부가 담당하고, 습지 관리 주체는 지자체별로 나뉘어 있는 등 체계적 관리와 총괄적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습지의 날 기념행사가 오는 5월 11일(수)부터 22일(일)까지 고창군에서 열리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