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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덕이 싫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의 나라
김수복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09일(월) 10:54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김수복 (르포 작가)

병법에 성동격서라는 것이 있다. 비유를 하자면 오른손으로 하늘에 뜬 달을 가리키며 아름답다는 등의 시를 읊어대면서 왼손으로 상대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전략 내지는 수법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캐치프레이즈는 ‘공정사회’다. 이 공정사회는 전두환 정권의 ‘정의사회’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그렇게 규정했다. 그러나 먹고살기 바쁜 서민들로서는 그런 것을 따져볼 틈이 없다. 하도 공정사회, 공정사회 해대니까 아, 정부에서 공정에 관심을 두고 있나보다, 여길 뿐이다.

그렇게 서민들이 공정이라는 단어에 어지간히 세뇌되었다 싶을 즈음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졌다. 은행 경영을 엉망으로 해서 망하게 된 것을, 폐업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에 이른바 귀족들만을 따로 불러 한밤중에 금고를 개방한 이 사건은, 비유를 하자면 항해 중인 선박과 선장의 관계와 같다.

선장은 배가 침몰 위기에 빠지면 가장 먼저 손님들을 대피시키고 그 다음 하급 선원들을 피신시킨다. 그러고도 여유가 있다면 고급 선원들을 살리고, 최종적으로 선장 자신의 목숨을 돌아보되 여의치 않다면 배와 함께 침몰하는 것을 최대의 명예로 여긴다. 그런데 거꾸로 선장 자신과 친한 사람들만 살리고 손님과 하급 선원들은 죽어도 좋다는 식의 결정을 내렸다.

이런 사건은 사실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에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이른바 ‘고소영 내각’이니 ‘강부자 내각’이니 하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국민 정서와는 전혀 동떨어진 사람들을 불러다가 너는 장관, 너는 공기업 사장, 하는 식의 잔치를 벌인 이명박 대통령의 심중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병역 기피는 선택적 기본이고, 부동산 투기는 취미생활이며, 세금탈루는 뭘 몰라서, 즉 무식해서 그랬다고 강변하는 인물들만을 쏙쏙 골라서 내각을 구성하고 주요 기관의 장으로 임명한 이명박 대통령은 어쩌면 ‘도덕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 자신과 그 주변을 뜯어보면 볼수록 복마전도 이런 복마전이 또 있을까 싶은 게 사실이다.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해명은 하나도 없고 의혹만 증폭되는 현실이고 보니 대통령 자신이 도덕에 대해 엄청난 콤플렉스를 갖고 있을 만도 하다. 도덕이란 단순명료함을 생명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만 해도 그렇다. 토건업자 출신 대통령이 옛 동료들의 돈벌이를 위해 대운하를 고안했고, 그게 안 되자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꿨다는 정도의 의혹은 이제 상식이 되어버렸다. 대통령과 그 측근 인사들만 ‘상식’을 ‘상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5선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하고 있다.

“결단의 시기에 책임을 미루고,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살아남는, 이상한 정부가 하늘 아래 또 있는가.”

얼핏 보면 진실성이 있는 발언 같지만 정말로 그럴까. 이런 정도의 경각심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강부자’, ‘고소영’ 시절에 가졌어야 했다. 누릴 만한 권력 다 누리고 소위 레임덕의 시기에 이르러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자기 혼자 빠져나가겠다는 정치술수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도덕의 이름으로 자기 자신의 도덕성 결여를 드러낸 셈이라고나 할까.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자면 이런 말이 가능하다. “우리는 도덕이 싫다” 그리하여 하나에서 열까지, 저 높은 대통령에서부터 저 낮은 시장 군수 시·군의원에 이르기까지, 도덕을 무력화시키는 일이라면 너도나도 질세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나라가 지금 열심히 되어가고 있다.

김수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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