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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고창여성농업인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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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가 왔다. 아이구 어쩌나 종자대라도 건져야 할텐데…. 며칠 전에도 배추를 얻어서 김치를 담가먹고 있는데 또 이런 연락을 받으니 마음이 짠하다. 여기저기서 배추농사로 기운 빠져있는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배추 한포기에 15,000원까지 뛰어, 온 나라가 시끄럽던 일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이제는 누가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아무라도 공짜로 가져가길 기다리고 있으니, 언제까지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오래전 처음 농사를 배울 때 배추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 정성들여 키운 배추를 한차가득 작업하여 경매장에 가져갔는데 아무도 사주질 않았다. 경매수수료도 안 나올 정도로 배추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배추사려~~” 외치며 몇포기 팔다가, 그냥 공짜로 나누어 주다가 그도 지쳐서 돌아오는 길에 몰래 버려버렸다. 이미 20년이나 지난 일이건만 지금 생각해도 큰 죄를 지은 것 같이 마음이 안 좋다.
한 작물을 키우자면 농사계획을 세울 때부터 씨 뿌리고 관리하며 수확할 때까지 수많은 과정을 매일 지켜보며 작물과 함께한다. 잘 자라주는 작물이 고맙고 자식같이 예쁘다. 수확 후에도 주인을 잘 찾아가 누군가의 맛있고 건강한 영양분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뿌듯한 일이 농사일인가! 그런데 마지막이 늘 문제다. 키우는 것 까지는 농민의 정성과 자연의 도움으로 되지만, 판매는 농민 맘대로가 안된다.
정부는 작년 배추파동 후 물가 잡는다며 배추와 김치를 몽땅 수입했다. 그리고 농민들에게도 많이 심을 것을 권장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과잉생산이 되고 수요가 따라잡지 못하니, 여기저기 배추밭을 갈아 업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제야 여러 대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한국과 유럽연합과의 FTA가 진행중이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축산강국인 유럽과 우리는 경쟁력에서 밀린 것이 뻔하다. 구제역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얼마나 많은 축산 농가를 울릴지 걱정이다. 정부는 농민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면서 빗장만 자꾸 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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