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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사회의 교육적 관행(2)향음주례~ 한국인의 교육 풍속 ⑨
연정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23일(월) 12:1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연정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

향음주례는 매년 10월에 향촌의 선비, 유생(儒生)들이 향교, 서원 등에 모여 학덕과 덕행이 높은 이를 주빈(主賓)으로 모시고 읍양(揖讓)과 주악(奏樂)과 주배(酒盃)로 교환(交歡, 사귀며 즐거움을 나눔)했는데, 특히 예의와 질서를 엄숙하게 하고 상계(相戒)하는 서사(誓詞, 맹세하는 말)를 읽는 의식을 일컫고 있다. 향음주례가 있을 때는 원근의 선비들과 유생들이 모여오고 또한 구경꾼들이 모여 들었다. 이 의식은 매우 성대하였고 향촌의 사회교화에 큰 영향을 가졌었다. 향음주례는 중국의 제도로, 문헌상으로는 『周禮(주례)』의 지관(地官)의 향대부조(鄕大夫條)에 나타난 것이 최초이며, 그 이후 중국의 고대사회에서 청나라 말기까지 중요한 사화교화의 방법으로 존재하여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향음주례가 언제부터 실시되었는지 분명치 않다. 문헌에 의하면 고려 인종 14년(서기 1136년)에 과거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주의 공사(貢士, 향시에 급제하여 국자감시에 응시할 자격이 있는 사람)를 중앙으로 보낼 때 향음주례를 행하도록 규정한 일이 있다. 조선조에 와서는 향음주례는 제도적으로 명나라의 제도를 모방하였다. 특히 세종은 집현전에 명하여 상정(祥定)하게 하여 성종 5년(서기 1474년)에 이르러 편찬을 완성하였던 『국조오예의(國朝五禮儀)』시행과 더불어 일반화되었다.
이에 의하면 향음주례의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다.

(1)해마다 음력 10월에 길일을 택하여 모든 주·현에서 행하였으며 주인(主人, 소재지의 官司)이 덕행 있는 연장자 및 효행자를 택하여 학당에 주탁(酒卓)을 마련하고 자리는 달리하나 서민까지 참석시켰다.

(2)행사 일에 주인이 빈(賓, 덕행 있는 연장자 및 효행자)을 학당문 밖에서 맞이하는데, 주빈이 읍양하고 들어오면 여러 빈들이 따라 당상(당상)에 올랐으며

(3)빈이 재배하면 주인이 답배하고 여러 빈이 다 같이 예를 행하고 자리에 앉는다.

(4)주악을 올리는 가운데 주인이 빈에게 술잔을 올리면, 빈이 주인에게 답하여 잔을 올려 5회의 잔 돌림을 한 후 빈과 주인이 다 같이 일어선다. 이 때 주인과 빈 사이에 절도 있는 술잔을 헌주(獻酒)하여 연장자를 존중하고 유덕자를 높이며 예법과 사양을 일으키도록 엄숙하게 하였다.

(5)주연이 끝나면 사정(司正, 여러 사람이 추천한 이)이 앞에 나아가 다음과 같은 계(戒)를 고하였다.
“우러러 생각건대 국가가 예법을 준수하여 예교(禮敎)를 숭상하니 이제 향음을 거행하는 것은 오로지 음식뿐만 아니다. 무릇 우리 어른과 청소년은 제각기 근면하며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가정에는 화목하고 밖으로는 향당(鄕黨)에 친하며 서로 일러주고 가르쳐 혹시라도 잘못 된 허물로 삶을 욕되게 함이 없게 할지어다.”

(6)이리하여 향음례 행사장에 있던 이가 처음처럼 재배하고 주빈이 나오면 여러 빈이 그 뒤를 따라 나오고 주인이 문 밖에서 인사를 하였다.

향음주례는 실제에 있어서 효(孝), 제(悌), 목(睦), 린(隣)의 내용을 담은 약조(約條)같은 것을 강석(講釋)하여 흡사 향약의 강신례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조에서는 각 향약에서도 향음주례를 행하기도 하였다.
이상에서처럼 결국 향음주례는 지방의 수령이 앞장서서 향리의 유덕자에게 베푸는 주연이며,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효제목린(孝悌睦隣)을 권장하고 주례를 통한 사회교화의 한 방법이기도 하였다. 조선조는 정교일치(政敎一致)의 사회였기 때문에 지방 수령의 제일 중요한 임무는 다산(茶山)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말하듯 지방민을 교화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향음주례는 조선조에 있어서 사회교화의 중요한 방법이었다.

지난 주 ‘관례’와 이번 주 ‘향음주례’를 통해 유교사회의 교육적 관행의 일면을 살펴보았는데, ‘관례’는 개인의 통과의례의 한 장면으로 성인으로서의 새로운 긍지와 자각을 심어주고 무한한 젊은이들이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운명에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는데 그 교육적 의미가 있다. ‘향음주례’는 유교윤리로서 유교사회의 기본윤리의 하나인 장유유서(長幼有序)의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어른을 공경하는 것을 목표로 지방의 수령이 솔선수범하여 행하는 사회적 의례로써 사회교화의 중요한 방법이라는 의미가 있다. 아무튼 이들 두 가지는 유교사회가 예치(禮治)사회라 할 때, 각기 일정한 영역에서 예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고, 각기 예교(禮敎)의 정신을 생활화하였다는 데에 그 교육적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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