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정부가 3월 21일(월)부터 4월 30일(토)까지 실시한 국내 원전 안전점검 결과가 지난 4일(수) 발표됐다. 하지만 이 점검결과를 알리는 12일(목) 주민설명회는 무산됐다.
정부 안전점검단은 영광원전에 대해 4월 11일(월)부터 3일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은 “지자체와 지역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고 말했지만, 영광원전 점검에 있어 주민참여는 없었다.
정부는 주민참여라는 이름을 내걸고 고창에서 2명(고창군청 이재택 담당 외 1명), 영광에서 4명(김봉환 영광군의원 외 3명)만을 초청했다. 하지만 비공개 주민참여 방식으로는 주민들 의견이 반영될 수 없다고 판단해 불참을 선언했지만, 결국 영광은 참여하고 고창은 불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전점검 결과 12일(목) 주민설명회도 마찬가지였다. 주민설명회란 이름을 내걸고 영광 4명, 고창 2명 참석을 통보했고, 영광은 6명이 12일(목) 참석하고, 고창은 불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안전점검단은 영광원전본부에서 영광주민 6명만으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참석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주민 요청에 따라 공개된 장소에서 다시 열기로 했다.
본지가 원전 안전점검에 대한 세부적인 결과를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지난 11일(수) ‘국내 원전 안전점검 결과 보고서’만 받고 영광원전에 대한 세부적인 결과는 받지 못했다. 지난 17일(화)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과 심원무 사무관과의 통화에서 “개별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이 아니기 때문에 영광원전에 대한 결과가 따로 있지는 않다. 원전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은 이미 확보돼 있으므로, 지진과 해일에 대한 안전을 추가로 검토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주장한 “국민적 우려에 따른 전면적 재점검”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지진·해일을 이용한 면피용 점검”이란 것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스리마일 사고를 보며 러시아는 체르노빌이 안전하다고 했고, 체르노빌 사고를 보며 일본은 후쿠시마가 안전하다고 했고, 후쿠시마 사고를 보며 한국은 ‘면피용 점검’을 해놓고 영광·고리·월성·울진은 안전하다고 자축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도쿄전력이 사실을 속여 이제야 후쿠시마 원전 1·2·3호기가 최악의 ‘멜트다운’을 맞은 것을 알게된 지금, 도쿄전력 관계자는 “쓰나미 전에 이미 1호기의 주요 설비가 손상됐다”는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인 마쓰야마 대학 장정욱 교수는 “한국이 노후 원전에 대해 해일 중심의 대책을 세웠지만, 노후 원전이 지진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은 노후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고 핵발전 정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지만, 한국은 (이번 점검결과를 근거로)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의 가동을 재개하고 핵발전 정책 계속 추진을 천명했다.
원자력 문제를 오랫동안 천착해온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정부는 더 이상 핵산업계의 이해에 따라 국민들에게 안전하다는 계몽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는 그간 후쿠시마의 교훈을 무시한 핵산업계의 이해에 따른 발표이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불신감을 키우고 더 큰 사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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