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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 유점동 (전 고창전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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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구입해서 성능을 평가해보고 주위에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의 소비자군(消費者群)을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라 한다.
이들조차 미쳐 평가할 시간이 없을 만큼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은 홍수를 이루고, 질(質)에서도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넷북이 화제의 중심에 있고 젊은 세대들의 필수항목이 된지 오래다. 5~60년대 진공관라디오를 거쳐 만들어진 광석라디오가 제산목록 1호였던 시대를 산 사람들에게는 과히 혁명이라 할 만 하다.
나이는 들어가도 시류에 동참해야 하니 어려워도 컴퓨터는 배워야하고, 엑셀문서도 작성해야하며 더듬거리는 솜씨로 정보의 바다도 항해해야 한다. 그러다 조작기술이 서툴러 녹슨 머리를 원망하면서 할 수 없이 허물없는 자식들에게 물어 보게 되는데, 처음에는 잘 가르쳐 주다가도 두 번 세 번 물으면 성가신 존재, 짜증스런 존재로 전락해버리는바, 이와 같은 경험을 겪어 본 사람들도 제법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자식들의 태도를 서운하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한 세상을 살아가는 각 세대사이에 너무 큰 사회적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제의 만행과 민족상잔의 전쟁 포화 속에서 인간성까지 메말라 버린 채, 한 끼를 해결하면 다음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춥고 배고프고 불행한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과, 넘쳐나는 풍요 속에서 선진국 문턱에 서있는, 발전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환경과 조건만이 아니라 가치와 생각자체도 다른 현실에서 가족이라 할지라도 공명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세상의 변화는 부모로서, 어른으로서의 권위마저 땅에 떨어져 버렸다. 혹자는 청소년의 탈선과 사회의 온갖 병폐를,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있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에서, 길거리에서, 공공장소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일부청소년들의 잘못된 행위와 일탈을 어른이랍시고 간섭을 하다가는 망신을 당하고 낭패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니, 어른다운행동은 감히 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으며, 성년의날이 있다. 매스컴과 종교단체 등 사회전체가 가정의 달에 대한 각종 행사를 한다고 난리법석이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요란한 행사가 아니라 세대 간의 격차를 좁히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워낙이 성장배경이 다른 입장이라, 해결방안이 쉬울 것이란 생각은 원래부터 무리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시도도 해보지 않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소통을 실행하고 되도록 자주 접촉하면서 벌어져버린 간격을 좁히는데 힘써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가정의 달은 스킨십과 대화가 존재하는 가족에의 복귀가 시급하다 할 것이다. 가정이 바로서면 사회도 더불어 건전하게 발전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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