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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듣는 노래》 제임스 럼포드 쓰고 그림 김연수 옮김 / 시공주니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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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이에요. 글자와 그림책,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상을 그려내는 매체지요. 문자로 또는 그림으로 말이에요. 오늘 우리가 같이 읽을 책은 ‘바그다드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마음으로 듣는 노래』예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전쟁의 상처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도시랍니다. 그 바그다드에 사는 알리라는 소년이 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이에요.
알리는 축구를 참 좋아해요. 아직 포장 안된 흙길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공차는 것이 즐겁지요. 그런데 알리는 축구 못지않게 글씨 쓰는 걸 좋아해요. 물 흐르듯 펜이 종이 위에서 춤추는 것을 보며 행복해 한답니다. 우리도 가갸거겨 글자를 배우던 시절이 있었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글자를 옮겨 쓰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알리가 글씨쓰기를 좋아하는 다른 이유가 있어요. ‘점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기나긴 문장을 쓰는 일’, 그것이 마치 축구 선수가 공을 차며 달려가는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알리에게 쓰기 쉬운 글자가 있는가 하면 쓰기 참 어려운 글자가 있어요. 우리도 치읓이나 히읗이 많이 들어가면 쓰기 좀 어렵죠. 줄곧 받침이 이어지는 단어도 그렇구요. 알리도 그렇대요. 알리는 전설적인 서예가 야쿠트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한복판에서 두려움도 잊은 채, 아름다운 서예작품을 남긴 사람이죠. 2003년 바그다드에 폭탄이 떨어질 때, 알리도 무서운 마음을 거두기 위해, 글씨를 쓰고 또 썼답니다. 글씨들이 방에 가득 찰 때, 알리 마음에도 평화가 가득했대요.
전쟁은 끝났지만, 알리에게 여전히 쓰기 어려운 글자가 있고, 쓰기 쉬운 글자가 있어요. 하나는 전쟁이고, 하나는 평화예요. ‘하르브’, 아랍문자로 전쟁은 단 두 줄로 쭉 이어지는 쉬운 글자래요. 반면 평화는 ‘살람’, 어렵게 꼬며 시작해 길게 두 번 위로 선을 그었다 내려와야 한대요. 평화롭게 문제를 풀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해주어요. 알리는 이렇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겨주었어요. “눈을 감고도 이 글자를 쓸 수 있으려면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연습을 해야만 할까요”라고 말예요.
이제 6월입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시절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남과 북의 정상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던 달이기도 해요.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쉬운 일인지 우리는 잘 알아요. 어렵고 힘겹지만 한가지 한가지씩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그 어렵던 평화가 눈에 익고, 잡힐 듯 손앞에 다가오겠죠.
이대건(도서출판 나무늘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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