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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자생란 석곡
이대종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30일(월)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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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상록성 착생종. 꽃은 백색으로 5월 중순~6월 상순에 피며 향기가 있다. (환경부 특정 야생식물 제 47호로 지정·보호) |
과거 춘궁기가 있던 시절, 석곡이 구황식물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녹말 성분이 풍부한 석곡 줄기를 식용하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돌에서 나는 곡식이라 하여 ‘석곡(石穀)’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석곡의 한자 표기는 이와 다르다. 꽤 노력해보았지만 약용하거나 차로 마셨다는 기록 정도를 찾았을 뿐 ‘구황식물 석곡’에 관한 글을 찾지 못하였다. 줄기가 대나무를 닮아 ‘죽란’이라고도 하고, 바위틈에 뿌리를 잘 내려 ‘석란’이라고도 부르며 본초강목 등 여러 문헌에 귀한 약재로 등재되어 있다는 것, 차로 마시면 오래 살 수 있어 일본에서는 ‘장생란’이라 부른다는 사실 등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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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자생지의 석곡이 바위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
어찌되었건 제주도와 남해의 도서 지방 등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흔하게 자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난초 관련 도감(『한국의 난초』, 교학사)에는 ‘흔하게 자생하였으나 약용, 관상용으로 마구 채취하여 멸종 위기에 있다’라고 적고 있다. 석곡의 자생지를 보면 고창의 선운산이 꼭 언급되고, 지도상으로 보면 석곡 분포의 가장 북쪽 언저리에 속한다. 몇 년 전 한적한 바위 절벽 위에 착생하여 꽃을 피운 탐스런 석곡 군락을 발견하였다. 그리고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꽃을 보러 가곤 하였다. 그런데 매년 누군가의 손을 타고 있다. 아마도 함께 그 꽃을 본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더 이상의 훼손이 없기를 바라면서 더 이상 찾지 않기로 다짐하였기에 올해는 가보지 않았다. 무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야생의 꽃은 누가 보지 않아도 꽃을 피우건만 사람들은 애써 자생지를 찾는 수고로움을 마다하고 꼭 자신이 항상 볼 수 있는 곳에서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탐욕 속에 수많은 자생식물의 자생지가 절멸될 위기에 놓여있다. 무자비하게 뜯겨진 흔적이 역력한 채 위태롭게 바위에 매달려 있던 하얀 석곡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대종(성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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